2021년 02월 21일 일요일

[자] 사순 제1주일

이 주일에는 파스카 성야에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받을 예비 신자들을 위한 ‘선발 예식’ 또는 ‘이름 등록 예식’을 거행한다. 이 예식에서는 고유 기도문을 사용한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지극히 자비하신 주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의 잘못을 참아 주시며, 주님의 계약을 세대마다 새롭게 하십니다.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이 사순 시기에, 우리 모두 마음을 기울여 주님의 말씀을 듣고 사탄의 유혹을 이기고 참된 회개로 나아갑시다. 

입당송 시편 91(90),15.16

나를 부르면 나 그에게 대답하고 그를 해방시켜 영예롭게 하리라. 오래오래 살도록 그에게 복을 내리리라.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해마다 거룩한 성사로 사순 시기를 지내는 저희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달아
회개의 삶으로 그 열매를 맺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지 않겠다 하시며,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라고 하신다(제1독서). 베드로 사도는 소아시아에 흩어져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례가 그들을 구원한다고 가르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시고 나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신다(복음).

제1독서

<홍수에서 구원된 노아와 맺은 하느님의 계약>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9,8-15
8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9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
10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곧 방주에서 나와,
너희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땅의 모든 들짐승과 내 계약을 세운다.
11 내가 너희와 내 계약을 세우니,
다시는 홍수로 모든 살덩어리들이 멸망하지 않고,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12 하느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13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14 내가 땅 위로 구름을 모아들일 때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15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25(24),4-5ㄱㄴ.6과 7ㄴㄷ.8-9(◎ 10 참조)

◎ 주님, 당신 계약을 지키는 이들에게 당신의 모든 길은 자애와 진실이옵니다.
○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 ◎
○ 주님, 예로부터 베풀어 오신 당신의 자비와 자애 기억하소서. 주님, 당신의 자애에 따라 당신의 어지심으로 저를 기억하소서. ◎
○ 주님은 어질고 바르시니, 죄인들에게도 길을 가르치신다. 가련한 이 올바른 길 걷게 하시고, 가난한 이 당신 길 알게 하신다. ◎

제2독서

<이제는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
3,18-22
사랑하는 여러분,
18 그리스도께서는 죄 때문에 단 한 번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여러분을 하느님께 이끌어 주시려고,
의로우신 분께서 불의한 자들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육으로는 살해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습니다.
19 그리하여 감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시어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20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하느님께서는 참고 기다리셨지만
그들은 끝내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사람 곧 여덟 명만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21 이제는 그것이 가리키는 본형인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
22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오르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계시는데,
그분께 천사들과 권력들과 권능들이 복종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태 4,4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15
그때에 12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13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15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이신 주님, 세상에서 주님의 진리를 가르치는 교회를 살피시어, 교회가 세속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주님 말씀에 따라 살아가며 세상의 빛이 되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정의의 주님, 국가와 시민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정치인들을 주님의 지혜로 이끌어 주시어, 공동선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소서.

3. 굶주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굶주리는 이들을 굽어살펴 주시고,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들이 주님의 따스한 손길을  체험할 수 있게 하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거룩하신 주님, 저희가 몸담고 있는 지역 사회를 굽어살피시어, 희생과 절제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교회에서 희망을 얻고, 이웃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정성을 다하여 이 제물을 봉헌하오니
이 제사로 거룩한 사순 시기를 경건히 시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사순 감사송 5 : 주님께서 받으신 유혹(사순 제1주일)>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십 일 동안 단식하시며
사순 시기 재계의 기틀을 마련하시고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어
저희도 악의 세력을 물리치도록 가르치셨나이다.
이제 저희는 새로운 마음으로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며
마침내 영원한 파스카 잔치에 들어가리이다.
그러므로 천사들과 성인들의 무리와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4,4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또는>
시편 91(90),4 참조
주님은 당신 깃으로 너를 덮어 주시리니, 너는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 여덟 명만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가리키는 본형인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세례로 구원받은 우리도 자주 사탄의 유혹을 받겠지만, 바른 양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갑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받아 모신 천상 양식은
믿음을 기르고 희망을 더하며 사랑을 뜨겁게 하오니
저희가 살아 있는 참된 빵이신 그리스도를 바라고 기다리며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백성을 위한 기도 

주님, 간절히 비오니
주님 백성 위에 풍성한 복을 내려 주시어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키우고
유혹을 받으면서도 덕행을 쌓아 영원한 구원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 말씀의 무대는 광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을 머무십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광야를 향하여 나아가신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광야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하고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 속에서 광야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사십 년간의 유랑을 마치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광야 여정은 어떠하였습니까? 배고프고 목마르다고 투정을 부렸으며, 하느님을 시험하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다가도 하느님께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그들은 이집트를 탈출하였던 ‘노예 집단’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성장해 갑니다. 그들은 광야라는 그 척박한 공간에서 조금씩 성숙합니다.
광야는 그런 의미에서 성장과 성숙의 장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비록 노예 신분이었어도 모든 것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이집트에서는 하느님을 체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고기는 아니어도 빵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익숙하고 안정된 이집트에서 벗어났을 때, 하느님을 체험하고 하느님 백성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광야는 편안함보다 불편함을, 생명보다 죽음을,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불편함 때문에, 죽음의 공포 때문에, 절망 가득한 신음 때문에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고, 그 체험은 신앙의 성숙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광야에서의 시간이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 아닌, 머물러야 하는 은총의 시간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