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06일 일요일
[녹] 연중 제23주일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23주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과 영을 부어 주시어, 우리가 모든 율법의 핵심인 사랑의 계명에 충실하며, 형제들의 올바른 삶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입당송 시편 119(118),137.124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에제키엘 예언자는, “나는 너를 이스라엘 집안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으므로 율법의 완성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죄를 지으면 그를 타이르라고 하시며,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기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네가 악인에게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33,7-9
화답송시편 95(94),1-2.6-7ㄱㄴㄷ.7ㄹ-9(◎ 7ㄹ과 8ㄴ)
제2독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13,8-10
복음 환호송2코린 5,19 참조
복음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18,15-20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주님, 주님만을 믿고 모든 것을 의지하는 교회를 돌보시어, 마음을 모아 주님께 청하면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랑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가게 하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세계 지도자들에게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시어, 지구 자원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공정과 존중의 자세로 겸허히 함께 나눌 수 있게 하소서.
3. 세상의 모든 어버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님, 자녀를 낳아 기르며 주님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는 어버이들을 도와주시어, 자녀들을 키우는 데 지치지 않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참된 기쁨을 얻게 하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도자이신 주님,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와 함께하시어, 유한한 지구 자원의 소중함을 깨닫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저희 마음을 일깨워 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7 : 그리스도의 순종과 우리의 구원>영성체송 시편 42(41),2-3
요한 8,1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주님께서는 예언자들을 우리 곁에 파수꾼으로 두시어 악을 저지르는 우리에게 경고하십니다. 주님께 진 사랑의 빚을 갚는 길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 하신 주님을 믿고 바르게 살아갑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본디 하늘은 숭상의 대상이고 땅은 겸허함의 상징으로 이해되어 왔지요. 하늘을 우러러 감히 따져 묻지 못하며 땅 위에서는 하늘을 향하여 머리를 꼿꼿이 쳐드는 일을 금기시해 왔지요. 그럼에도 오늘 복음은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솟아오르는 천지개벽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맞닿을 수 없는 하늘과 땅이 마주 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고작 두세 사람이 모인 땅의 뜻이 하늘에 닿아 하늘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천지개벽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이 전하는 교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형제의 잘못을 타이르는 것은, 탓을 하고 비판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마저 함께 안고 가자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합니다. 땅이 하늘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땅을 디디고 사는 모든 이를 형제로 생각하는 것, 그 형제의 아픔과 실수를 제 것으로 알고 함께 아파하고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이 말하는 교회는 거룩하고 흠 없는 이들의 고상한 모임이 아닙니다. 어찌 저런 인간이 성당에 나올까 싶어 혀를 끌끌 차는 그 순간에, 그럼에도 형제, 자매라고 불러야겠다는 다짐과 결단이 있는 곳이 마태오 복음의 교회입니다.
감히 하늘을 우러러볼 수 없는 심정으로 하늘만 쳐다보는 일은 그만했으면 합니다. 그 ‘감히’라는 생각과 시선을 우리가 업신여기고 하찮게 여긴 땅의 사람들에게 되돌리는 일, 그것이 천지개벽의 일이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일입니다. 하늘과 맞닿아 거룩해지는 일은 우리의 편협한 잣대로 만들어 놓은 자칭 ‘거룩함’이라는 우상을 부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