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06일 토요일
[녹]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38(37),22-23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여러 신자들을 기억하며 인사를 전하는데, 특히 먼저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과 다른 이들을 위하여 애쓴 이들,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고 복음 전파에 협력한 이들을 기억한다(제1독서).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사람들 앞에 높이 평가되는 사람이라도 그가 참으로 하느님을 섬기는지 아니면 재물을 섬기는지 알아보신다(복음).
제1독서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16,3-9.16.22-27
화답송시편 145(144),2-3.4-5.10-11(◎ 1 참조)
복음 환호송2코린 8,9 참조
복음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16,9ㄴ-15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16(15),11 참조
요한 6,5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신학교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공부’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경험했던 수업이나 시험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험은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교수 신부님께서 칠판에 몇 자 되지 않는 문제를 적고 강의실을 나가시면, 그 문제에 대하여 자기가 이해한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 쓰는 논술 시험입니다. 이러한 시험을 한 번도 치러 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우리가 주로 쓰는 ‘A4’ 용지의 두 배나 되는 ‘A3’ 크기의 광활한 답안지를 보며 한숨만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받아 본 성적표에 등수가 적혀 있지 않은 것 또한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등수만 보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배웠는지, 배운 것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정답을 얼마나 더 많이 맞추었는지가 더욱 중요하였습니다. 늘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몸으로 배우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비교와 경쟁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때로는 밟고 일어서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 어디서든 그것을 성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성공을 통하여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쌓아 더 누리고 더 지배하며 만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감’을 이야기하십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는 ‘정글의 법칙’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나누어 친구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경쟁과 비교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삶 가운데에서도, 친구를 만들어 가며 살아야 합니다. 짓밟고 일어서기보다 넘어진 이를 일으켜 주는 삶, 빼앗기보다는 빼앗긴 아픔에 함께해 주는 삶, 남기고 쌓아 놓은 것에 기뻐하기보다는 나누고 함께 배부름에 기뻐하는 삶이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 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