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5일 화요일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입당송 시편 13(12),6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청하여도 얻지 못한다면 잘못 청하기 때문입니다.>4,1-10
화답송시편 55(54),7-9.10ㄷ-11ㄱ.23(◎ 23ㄱㄴ 참조)
복음 환호송갈라 6,14 참조
복음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9,30-37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9,2-3
요한 11,2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신학생 때, 한 학기에 한 번씩 교구장 주교님과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많은 편지들 가운데에서 문득 오늘 복음을 듣고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편지에서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몇 가지 유념하는 공리(公理)가 있단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람은 농담으로든 진담으로든,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의 단점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사람들이 그를 편하게 생각한단다.”
그때 왜 하필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살면서 단순하고도 연륜이 느껴지는 이 말씀을 자주 떠올립니다. 자기 자랑하는 사람치고 주위에서 반기는 사람 없고, 자신의 단점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치고 주위에 사람 없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깨닫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상에 그 누구도 털어서 먼지 나지 않을 수는 없으며, 단점 없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가 자신의 단점을 농담으로든 진담으로든 털어놓는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고 비웃거나 얕보지 않고, 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여느 사람들과 같이 되시어 십자가에서 꼴찌의 자리를 차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만물 위의 주님으로 드높이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을 따릅시다. 우리도 그분처럼 무시와 비웃음을 당하는 꼴찌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