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4일 월요일
[녹]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입당송 시편 13(12),6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여러분이 마음속에 이기심을 품고 있거든, 자만하지 마십시오.>3,13-18
화답송시편 19(18),8.9.10.15(◎ 9ㄱㄴ)
복음 환호송2티모 1,10 참조
복음
<주님,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9,14-29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9,2-3
요한 11,2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텔레비전에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추기경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다음 중, 내가 가장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은 무엇입니까? ① 길거리에서 폭력배들에게 폭행당하는 사람 구해 내기, ② 식량과 탄환이 떨어진 적진 한가운데에서 부대원을 이끌고 탈출하기, ③ 자살하려는 사람을 설득해서 살려 내기, ④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 화해시키기, ⑤ 부도 직전의 회사 살려 내기.”
추기경님께서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이 우문(愚問)에 다음과 같이 현답(賢答)을 하셨습니다. “내 능력으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할 것 같지가 않아. 어느 것 하나도. 다만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어느 것이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글쎄, 그중에서도 그래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3번일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도 오직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어. 나는 뭐 하나의 도구, 그렇게 쓰일 수는 있겠지.”
추기경님의 말씀은 제게 위로와 힘이 되면서, 아울러 경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제 생활을 하면서 제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의 전부임을 점점 더 크게 느껴 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특별히 불러 모으신 제자들은 이미 스승님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권한을 받았음에도 더러운 영을 쫓아내지 못합니다. 권한을 받은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권한은 하느님의 능력과 함께 결합되어야 힘을 발휘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합니까? 여러분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책무를 ‘자기 힘’만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는 것은 교만한 생각입니다. 하느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