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07일 일요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초기 교회 때부터 이어져 왔다. 삼위일체 대축일이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것은 14세기, 요한 22세 교황 때이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전적으로 의탁합니다. ‘삼위일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와 사랑을 뜻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흘러나온 사랑에서 교회는 탄생하였고, 우리는 그 사랑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삼위일체의 사랑에 따라 일치와 헌신의 삶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기쁜 마음으로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입당송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모세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 경배하며 자신들의 죄악과 잘못을 용서해 주십사고 청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서로 격려하는 가운데 뜻을 같이하여 평화롭게 살 것을 당부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당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34,4ㄱㄷ-6.8-9
화답송다니 3,52ㄱ.52ㄷ.53.54.55.56(◎ 52ㄴ)
제2독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13,11-13
복음 환호송묵시 1,8 참조
복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3,16-18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삼위일체이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교회가 삼위일체의 신비를 믿음으로 고백하고, 주님 안에서 진실한 사랑을 나누며, 신앙을 증언하는 일에 더욱 충실하게 하소서.
2.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갖가지 폭력으로 어지러운 이 세상을 돌보아 주시고, 이 땅의 평화를 지키다가 목숨을 바친 순국 선열들과 유가족들도 함께 기억해 주소서.
3. 분단과 전쟁의 상처 치유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6·25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 속에서 70년을 살아온 저희를 굽어살피시어, 남과 북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치유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목자이신 주님,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보살펴 주시어, 주님 사랑의 신비인 삼위일체를 본받아 서로 사랑하고 하나 되어 그리스도를 증언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1 :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신비(삼위일체 대축일)>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과 성령과 함께 한 하느님이시며 한 주님이시나
한 위격이 아니라 한 본체로 삼위일체 하느님이시옵니다.
주님의 계시로 저희가 믿는 주님의 영광은
아드님께도 성령께도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위격으로는 각각이시요 본성으로는 한 분이시며
위엄으로는 같으심을 흠숭하오며
영원하신 참하느님을 믿어 고백하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와 대천사와 케루빔과 세라핌도
주님을 끊임없이 찬송하며 소리 맞춰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갈라 4,6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랑 자체이시고,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는 것을 삶을 통하여 배워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길이란 결국 우리가 고백하는 삼위일체의 하느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 가는 여정임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제 부모님을 잘 알고 있는 교우분들 가운데 어느 분이 말씀하십니다. “신부님은 아버지를 참 많이 닮으셨네요.” 옆에 있는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은 어머니를 쏙 빼닮으셨어요.” 저는 이 두 분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였습니다.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닮으셨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태생적으로 닮았을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두 분이 서로 사랑하고 한 가정을 함께 책임지며 살아가는 동안 습관, 식성, 생활 방식, 가치관 등을 공유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까지도 비슷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단 제 부모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본당 주임 신부 시절, 수많은 부부를 바라보며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라는 말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닮은 정도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를 이루시지 않겠습니까? 유한한 사랑을 하는 이들이 서로 닮는데,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영원무궁토록 무한한 사랑을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세 위격은 서로의 존재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였듯이 사랑은 본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상대방을 자기 방식대로 끌어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잘 간직하도록 애써 줍니다. 그리하여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서로 일치하시는 가운데서도 성부의 위격이 다르고 성자의 위격이 다르고 성령의 위격이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삼위일체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그리고 외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 사랑의 신비 안에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매 순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