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3일 토요일

[녹]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88(87),3 참조

주님, 제 기도 당신 앞에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에게 해로운 것을 모두 물리쳐 주시어
저희가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지혜서의 저자는, 주님의 자녀들은 해를 입지 않고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불의한 재판관에게 졸라대는 과부의 비유를 드신다(복음).

제1독서

<홍해에 마른땅이 나타나자 그들은 어린양들처럼 뛰었다.>
▥ 지혜서의 말씀입니다.
18,14-16; 19,6-9
14 부드러운 정적이 만물을 뒤덮고 시간은 흘러 한밤중이 되었을 때
15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하늘의 왕좌에서
사나운 전사처럼 멸망의 땅 한가운데로 뛰어내렸습니다.
16 그는 당신의 단호한 명령을 날카로운 칼처럼 차고 우뚝 서서
만물을 죽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가 땅 위에 서니 하늘까지 닿았습니다.
19,6 당신의 명령에 따라 온 피조물의 본성이 저마다 새롭게 형성되어
당신의 자녀들이 해를 입지 않고 보호를 받았던 것입니다.
7 진영 위는 구름이 덮어 주고
물이 있던 곳에서는 마른땅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으며
홍해는 장애물이 없는 길로,
거친 파도는 풀 많은 벌판으로 바뀌었습니다.
8 당신 손길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그 놀라운 기적을 보고
온 민족이 그곳을 건너갔습니다.
9 그들은 풀을 뜯는 말들 같았습니다.
또 어린양들처럼 이리저리 뛰면서
주님, 자기들을 구해 내신 당신을 찬양하였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05(104),2-3.36-37.42-43(◎ 5ㄱ 참조)

◎ 주님이 이루신 기적을 기억하여라.
○ 그분께 노래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그 모든 기적 이야기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 자랑하여라.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
○ 그분은 그 땅의 모든 맏아들을, 모든 정력의 첫 소생을 치셨네. 이스라엘이 은과 금을 들고 나오게 하셨네. 그 지파들에는 낙오자가 없었네. ◎
○ 당신 종 아브라함에게 하신, 그 거룩한 말씀 기억하셨네. 당신 백성을 기쁨 속에, 뽑힌 이들을 환호 속에 이끌어 내셨네. ◎

복음 환호송2테살 2,14 참조

◎ 알렐루야.
○ 하느님이 복음을 통하여 우리를 부르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차지하게 하셨네.
◎ 알렐루야.

복음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2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3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4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5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6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7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를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성자의 수난을 기념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그 신비를 따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3(22),1-2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
<또는>
루카 24,35 참조
빵을 나눌 때, 제자들은 주 예수님을 알아보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성체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자비를 바라오니
저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성령의 힘으로 저희 삶을 변화시켜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서로 논의해서 역할을 나누고 같은 목표를 보며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팀(team)이며 공동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동체 전체가 각자의 목표보다는 전체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신뢰, 그 목표를 향하여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가 중요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자신을 이용해서 다른 이의 목표와 욕심을 채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마련이며, 그 순간 공동체는 무너지고 맙니다. 부모가 자식을 믿지 못하고 자식이 부모를 믿지 않습니다. 아내와 남편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믿지 못하여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습니다. 어른은 잔소리나 하는 꼰대이며 아이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일 뿐입니다. 국민은 정치인을 믿지 못합니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법은 나에게만 불평등합니다. 서로 의심하는 사회, 모두가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공동체, 상대를 누르지 못하면 패배하고 낙오된다는 시대의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는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믿음과 신뢰, 신앙은 어디 있을까요?
믿는 사람, 신앙인이라고 하는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까? 하느님을 얼마나 신뢰합니까? 하느님의 법을,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을 얼마나 신뢰합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삶의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믿습니까? 하느님과 공동체를 이루며 어떤 기도를 하고 어떤 청을 드립니까? 하느님의 가치는 신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한 기도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기도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기도이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기도이며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기도는 아닙니까? 
우리는 믿는 사람들입니다. 믿음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가치로 하느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