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홍]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성 요사팟 주교는 1580년 무렵 우크라이나의 동방 교회 가문에서 태어났다. 장사보다는 영혼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던 그는 뛰어난 상인이 되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을 저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이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수도원장까지 맡아 수도회 개혁을 주도하였다. 주교가 된 뒤에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1623년 이교도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1867년 비오 9세 교황께서 요사팟 주교를 시성하셨다.
입당송
본기도
제1독서
<우리는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며 경건하게 살고 있습니다.>2,1-8.11-14
화답송시편 37(36),3-4.18과 23.27과 29(◎ 39ㄱ)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복음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7-10
예물 기도
영성체송 마태 10,39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토머스 힐 그린 신부는 계약적인 주종 관계와 사랑의 가족 관계를 비교합니다. 주종 관계는 책임과 의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만, 사랑의 가족 관계는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는 환자와 간병하는 사람의 비유로 이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계약적인 주종 관계는 환자와 직업 간병인의 관계와 같습니다. 간병인이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아 준다고 하더라도 그 둘은 남남이며,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간병인은 환자를 돌보는 대가로 돈을 받기에 생각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하면 그는 그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간병인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환자를 두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삶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간병인은 자기에게 더 급한 일이 있다면 임종을 지키지 않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죄책감을 느낄 책임도 없습니다. 책임과 의무의 범위가 분명한 관계입니다.
그러나 환자를 돌보는 이가 사랑하는 아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내는 출퇴근 없이 밤낮으로 그를 돌봅니다. 이 돌봄에 보수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만일 환자가 사흘밖에 살지 못한다면, 아내는 모든 일을 뒤로하고 그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엄청난 일이지만, 사랑하는 아내라면 이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토머스 힐 그린,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63-71면 참조).
오늘 복음의 종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의 그 이상을 하며 주종 관계를 뛰어넘습니다. 주님께서는 처음에는 주종 관계로 우리를 부르시지만, 마침내 사랑의 가족 관계를 맺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그저 몇 가지 계명과 의무를 지키는 것으로 충분한 계약 관계에 머무르지 말고,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이 되는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