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 성삼일

‘파스카 성삼일’은 한 해의 전례주년에서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삼 일 동안을 말한다. 곧 “주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은 주님 만찬 저녁 미사부터 시작하여 파스카 성야에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 기도로 끝난다”(「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9항).
‘파스카’는 본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아론을 통하여 내려진 주님의 명령에 따라, 이집트를 떠나기 전날 밤 어린 양이나 염소를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른 뒤 허리에 띠를 두르고 쓴나물과 누룩 없는 빵을 먹으며 이집트를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날 밤 짐승의 피가 묻어 있는 집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은 맏아들이 모두 죽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에 놀란 이집트는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낸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홍해를 건너 약속의 땅으로 갈 수 있었다(탈출 12,1-42 참조).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인도로 이루어진 이 사건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건너감’을 뜻하는 낱말인 파스카(Pascha)를 축제 이름으로 삼았다. 그 뒤 파스카 축제는 민족의 잔치로 자리 잡았다.
구약의 파스카는 신약의 파스카인 부활을 미리 보여 준 사건이다. “그리스도께서는 특별히 당신의 파스카 신비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하느님을 완전하게 현양하는 업적을 이루셨다. 곧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 생명을 되찾아 주셨다”(「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8항).
오늘의 우리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있었기에 새로운 생명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