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0일 수요일

[백]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성 대 레오 교황은 400년 무렵 에트루리아(현재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440년 식스토 3세 교황의 뒤를 이은 그는 행정 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설교로도 유명하였다. 그는 온전한 신앙을 확고히 보존하고 교회의 일치를 강력히 수호하며, 이민족들의 침입을 격퇴하거나 무마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며, 재임 중인 451년에 열린 칼케돈 공의회에서 에우티케스, 네스토리우스 등의 이단을 단죄하고 정통 교회를 수호하였다. 교회 안팎을 아우르는 많은 공로로 ‘대 교황’이라고 불리게 된 그는 461년에 선종하였으며, 1754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에게 시성되었다.

입당송 집회 45,24 참조

주님은 그와 평화의 계약을 맺으시어, 백성을 다스리는 영원한 사제직을 주셨네.

본기도 

하느님,
사도들의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를
저승의 세력도 결코 이기지 못하게 하셨으니
복된 레오 교황의 전구를 들으시어
교회를 하느님의 진리로 견고하게 하시며
언제나 평화로이 지켜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지혜서의 저자는, 임금들의 권력과 통치권은 주님께서 주셨다며, 지혜를 배워 탈선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 주시는데, 사마리아 사람만이 돌아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복음).

제1독서

<임금들아, 들어라. 지혜를 배워라.>
▥ 지혜서의 말씀입니다.
6,1-11
1 임금들아, 들어라. 그리고 깨달아라. 세상 끝까지 통치하는 자들아, 배워라.
2 많은 백성을 다스리고 수많은 민족을 자랑하는 자들아, 귀를 기울여라.
3 너희의 권력은 주님께서 주셨고 통치권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셨다.
그분께서 너희가 하는 일들을 점검하시고 너희의 계획들을 검열하신다.
4 너희가 그분 나라의 신하들이면서도 올바르게 다스리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으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5 그분께서는 지체 없이 무서운 모습으로 너희에게 들이닥치실 것이다.
정녕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은 엄격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6 미천한 이들은 자비로 용서를 받지만 권력자들은 엄하게 재판을 받을 것이다.
7 만물의 주님께서는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으시고
누가 위대하다고 하여 어려워하지도 않으신다.
작거나 크거나 다 그분께서 만드셨고 모두 똑같이 생각해 주신다.
8 그러나 세력가들은 엄정하게 심리하신다.
9 그러니 군주들아,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을 듣고
지혜를 배워 탈선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10 거룩한 것을 거룩하게 지키는 이들은 거룩한 사람이 되고
거룩한 것을 익힌 이들은 변호를 받을 것이다.
11 그러므로 너희가 나의 말을 갈망하고 갈구하면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82(81),3-4.6-7(◎ 8ㄱ)

◎ 일어나소서, 하느님, 세상을 심판하소서.
○ 힘없는 이와 고아의 권리를 찾아 주고, 가난한 이, 불쌍한 이에게 정의를 베풀어라. 힘없는 이와 불쌍한 이를 도와주고, 악인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내어라. ◎
○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신이며,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그러나 너희는 사람들처럼 죽으리라. 세상의 권력자들처럼 쓰러지리라. ◎

복음 환호송1테살 5,18

◎ 알렐루야.
○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너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
◎ 알렐루야.

복음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1-19
11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13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14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16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18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19 이어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집회 39,6-10)와 복음(마태 16,13-19)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교회를 인자로이 비추시어
어디서나 주님의 양 떼가 불어나게 하시고
목자들은 주님을 충실히 따라 주님 이름에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16,16.18 참조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이 이르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양식으로 자라나는 교회를 인자로이 이끄시어
교회가 주님 사랑의 섭리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온전한 신앙을 끝까지 간직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하느님께 정말 간절히 기도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동원하고 갖은 노력을 다하여 보지만 일은 점점 더 꼬여 가고,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그러한 절망의 순간에 우리는 하느님을 찾습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을 바라며 하루하루 가슴을 졸입니다. 어떤 이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은 기적을 체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기적을 체험하였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오늘 또다시 기적을 바라며 산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열 명의 나병 환자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저주받은 이 병을 예수님께서 고쳐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사람들의 만류에도 목청 높여 예수님을 부릅니다. 가엾은 마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십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병 환자들은 기뻤을 것입니다. 행복하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립니다. 그는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분 주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머지 아홉 명의 나병 환자는 또 다른 기적을 바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는 기적을 일으켜 주실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구원의 순간은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 의지하고 떠나지 않을 때 진정한 구원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바라는 방식은 아닐지라도 그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그 응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절망의 순간이 왔을 때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당신께 드리는 기도에 응답하여 주십니다. 그것을 믿는 순간, 하느님 나라가 보일 것입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