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1월 01일 수요일
[백]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교회는 1월 1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성모 마리아께 ‘하느님의 어머니’를 뜻하는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년)이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날짜에 기념해 오던 이 축일은 에페소 공의회 1500주년인 1931년부터 보편 교회의 축일이 되었고, 1970년부터 모든 교회에서 1월 1일에 지내고 있다. 또한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 1968년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심에 따라 교회는 이후 해마다 이를 기념하고 있다.
오늘 전례
입당송
이사 9,1.5; 루카 1,33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6,22-27
화답송시편 67(66),2-3.5.6과 8(◎ 2ㄱ)
제2독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4,4-7
복음 환호송히브 1,1-2 참조
복음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2,16-21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의 주님, 주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교회가 성모 마리아의 굳은 믿음과 순명을 본받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충실히 전하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샘이신 주님,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서로 나누며, 주님께서 창조하신 이 땅에서 참다운 평화와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3.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은총의 주님,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자녀 출산의 은총과 입양에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4. 본당의 사도직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과 일치의 주님,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보살펴 주시어,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1 : 어머니이신 마리아>영성체송 히브 13,8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말이 참 어렵습니다. 정제된 말만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가끔 불쑥 튀어나오는 거친 말이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도 아프게 합니다. 신앙도 말로 이어져 온 역사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져 온 것이지요. ‘내가 보았다, 내가 믿었다, 내가 깨달았다.’라고 수없이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 신앙입니다.
오늘 복음의 목자들과 마리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신앙을 가져다주는 말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자들은 보았고, 본 것을 외쳤고, 그들이 외치는 것은 하느님께 닿아 있습니다. 목자들이 전해 주는 말은 사람들과 하느님을 연결합니다. 그런 목자들 곁에서 마리아께서는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시지요. 침묵입니다. 단지 말이 없는 침묵이 아니라 말을 곱씹고, 느끼고, 깨닫는 침묵입니다. 목자는 말을 하고 마리아께서는 말을 묵상하십니다.
신앙은 말을 하고 듣는 순환적 관계 안에서 성장합니다. 서로 말하려는 가운데 서로 들으려는 노력이 균형을 맞출 때 신앙은 건강해집니다. 대개 배운 사람들의 못난 모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남을 가르치려고 드는 자세입니다. 모르는 사람보다는 너무 알아서 듣지 못하는 사람이 참으로 무지한 사람입니다. 신앙의 말은 억눌려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게끔 스스로 침묵으로 배려하는 겸손한 이들의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당시 사회에서 배우지 못하고 무능하고 죄인 취급받던 목자들의 외침으로 복음이 선포되었고, 마리아의 침묵으로 그 선포의 의미가 깊은 울림이 되었다는 사실을 복음은 집어냅니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이웃들이 어떻게 살고들 있는지 살펴보는 침묵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조차 꺼내기 힘든 거칠고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이들 안에 선포되는 하느님 복음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합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