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1월 05일 일요일
[백]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주님 성탄 대축일’이라고도 한다. 동방의 세 박사가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간 것을 기념하는 날로, 이를 통하여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해마다 1월 2일과 8일 사이의 주일에 지내고 있다.
오늘 전례
입당송 말라 3,1; 1역대 29,12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60,1-6
화답송시편 72(71),1-2.7-8.10-11.12-13(◎ 11 참조)
제2독서
<지금은 그리스도의 신비가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약속의 공동 상속자가 된다는 것입니다.>3,2.3ㄴ.5-6
복음 환호송마태 2,2 참조
복음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2,1-12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주님,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들을 위하여 봉사함으로써 복음의 증인임을 드러내게 하소서.
2. 우리 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저희 민족의 오랜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한 민족으로서 평화 통일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소서.
3. 청소년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갈등과 고민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두려움과 유혹을 이겨 내고 꿈과 희망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가 주님의 은총을 깊이 깨닫고 자신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 공현 감사송 :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영성체송 마태 2,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밝히 드러나심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신앙인에게 예수님의 등장은 반가운 일일 테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존재는 그다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테지요. 동방 박사의 등장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 안에서, 또 믿지 않는 이들 안에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킵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유다 문화를 모르는 이방인인 동방 박사들이 한 말은 종교적인 차원으로만 이해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다인들의 임금”, 이 말은 당시 정치적 권력을 잡고 있던 헤로데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듯이, 유다인들의 임금은 헤로데여야 하였지요.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유다의 종교 지도자들은 헤로데에게 그들이 예로부터 기다린 메시아 신앙을 짚어 줍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 그곳에서 참된 통치자가 나와야 한다는 신앙 고백은 헤로데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지요.
예수님의 등장은 마냥 좋은 것만도, 마냥 나쁜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등장은 당시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보아도 그렇지요. 돈이 많고 힘이 세고 명예를 중시하는 계층일수록 세상을 바꾸는 데 소극적입니다. 지금 이대로가 편하니까요. 반면에 돈이 없고 힘이 없어 내세울 자랑거리 하나 없는 계층은 늘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세상,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 서로의 ‘다름’을 운명처럼 지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것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처지를 읽어 내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 ‘다양한 세상’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자기 생각에만 갇혀 다른 이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은 참그리스도인이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의 공현은 결국 ‘내’가 ‘우리’ 안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또 다른 묵상으로 초대합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