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6일 수요일
[자]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라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킨다.
오늘 전례
입당송 지혜 11,23.24.26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너희는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2,12-18
화답송시편 51(50),3-4.5-6ㄱㄴ.12-13.14와 17(◎ 3ㄱ 참조)
제2독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5,20─6,2
복음 환호송시편 95(94),7.8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6,1-6.16-18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또는>
<또는>
첫째 따름 노래
둘째 따름 노래 요엘 2,17; 에스 4,17⑩ 참조
셋째 따름 노래 시편 51(50),3
응송 바룩 3,2; 시편 79(78),9 참조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소서.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은총의 주님, 주님의 백성인 교회가 이 은혜의 날에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의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고, 진정한 회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2.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저희 민족을 주님의 진리와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어,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며 한마음으로 평화 통일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육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가 주님의 사랑과 위로로 고통을 이겨 내게 하시고,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저희가 나눔을 실천하게 하소서.
4.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모든 이의 일치를 바라시는 주님, 저희 본당의 사도직 단체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시어, 지역 사회와 이웃에게 사도직 임무를 올바로 수행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사순 감사송 3 : 절제>영성체송 시편 1,2-3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백성을 위한 기도
<파견 때 사제는, 교우들을 바라보고 서서 그들을 향하여 팔을 펴 들고, 이 기도를 바친다.>오늘의 묵상
사순 시기는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위하여 해마다 재의 수요일에 전통적인 신앙 실천 행위인 기도, 자선, 단식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기도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며, 자선은 나와 이웃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단식은 나와 나 자신의 관계를 쇄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통하여 나와 하느님, 나와 이웃, 나와 나 자신의 관계를 하느님의 뜻에 맞게 재조정하려면 필요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드러내려고 기도, 자선,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여 이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엘 예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류시화 시인은 자신의 책 『지구별 여행자』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한 행위를 한 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 한 번 말할 때마다 그 공덕이 절반씩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는 공덕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그 대신 당신이 나쁘게 행한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참회하는 길이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릇 진정한 군자라면 다른 이에게는 관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하여, 이웃과의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기 위하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하여 외유내강의 길을 사순 시기 동안 닦읍시다. 다른 이에게 보여 주려고 애쓰는 사순 시기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40일을 보냅시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