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2일 금요일
[녹]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입당송 시편 27(26),1-2
본기도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엘리야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우라고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이미 마음으로 간음한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19,9ㄱ.11-16
화답송시편 27(26),7-8ㄱㄴ.8ㄷ-9.13-14(◎ 8ㄷ 참조)
복음 환호송필리 2,15.16 참조
복음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간음한 것이다.>5,27-32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18(17),3
1요한 4,16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를 위축시키는 듯합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이성을 보며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오늘날은 이런 생각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은 애당초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성욕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서는 지킬 수 없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핵심은 “음욕을 품고”라는 표현입니다. 또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음욕이 아니라 ‘사랑’을 품고 이성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음욕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외적인 매력에만 시선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담겨 있는 고민, 어려움, 슬픔, 아픔, 어둠에도 시선을 두는 것입니다. 음욕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랑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이 더욱 그 사람답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음욕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만을 받아들이는 태도이지만, 사랑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음욕을 품고 누군가를 바라본다면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품고 바라보면 그를 향한 음욕이 그의 삶을 무너지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기도에 관한 가르침 가운데 ‘관상 기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저 하느님만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웃들을 관상합시다. 사랑의 눈길로 그 사람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봅시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