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29일 토요일
[홍]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앞서서 그분의 길을 닦고 준비한 위대한 예언자다. 이러한 요한은 헤로데 임금의 불륜을 책망하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였다(마르 6,17-29 참조). 세례자 요한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4세기 무렵 그의 유해가 있던 사마리아의 지하 경당에서 시작되었다.
입당송 시편 119(118),46-47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당신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라시며, 그와 함께 계시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헤로데는 생일에 아내 헤로디아의 딸이 청한 대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게 하여 선물로 준다(복음).
제1독서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1,17-19
화답송시편 71(70),1-2.3과 4ㄱㄷ.5-6ㄱㄴ.15ㄴㄷ과 17(◎ 15ㄴㄷ 참조)
복음 환호송마태 5,10
복음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6,17-29
예물 기도
감사송
<선구자의 사명>영성체송 요한 3,27.30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마르코는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마르 1,1)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예수님에 대한 나자렛 사람들의 무시와 열두 제자의 파견(마르 6,1-13 참조) 그리고 헤로데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는 이야기와 빵의 기적(마르 6,14-16.30-44 참조) 사이에, 헤로데 안티파스 임금을 매개로 한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마르 6,14-16 참조)을 함께 놓고 있습니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배다른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를 차지하여 세례자 요한에게서 비난을 받았습니다. 모세의 율법은 살아 있는 형제의 부인과 혼인을 시도하는 것을 근친상간이라 하며 금지하였기 때문입니다(레위 18,16; 20,21 참조). 헤로데는 비록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지만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여겨 바로 죽이지 않고 보호해 주며 때로는 요한의 말을 기꺼이 듣고는 하였습니다. 오히려 입장이 불편하였던 헤로디아가 앙심을 품고 세례자 요한을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회는 쉽게 왔습니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자신의 생일잔치 때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의 춤에 넋이 나가 허튼 맹세를 지키고자 세례자 요한을 참수하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기에 인식이 흐려진 것입니다.
마르코가 이렇게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하여 언급한 것은, 그의 죽음이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는 요한의 사명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참으로 의로웠습니다. 담대히 진리를 외치고 또 증언함으로써 순교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속 권력자 헤로데 안티파스는 자신의 생일 잔칫상에 사람의 목을 잘라 올렸지만,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몇 개의 빵과 몇 마리의 물고기로 많은 이를 먹이시어 하늘 나라의 풍성한 잔치를 보여 주십니다. 요한의 죽음과 연결된 이러한 대조를 통하여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인 오늘의 의미를 더욱 잘 깨우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