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2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고,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셨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이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성자를 하나뿐인 임금이며 목자로 삼으시어, 비탄의 역사 속에서도 사랑의 나라를 세우셨습니다. 성자께서 아버지께 구원의 업적을 바치시는 날, 아버지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심을 고백할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우리 안에 확고한 믿음을 심어 주시기를 청합시다. 

입당송 묵시 5,12; 1,6 참조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은 권능과 신성과 지혜와 힘과 영예를 받으시기에 합당하옵니다. 영광과 권능을 영원무궁토록 받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사랑하시는 성자를 온 누리의 임금으로 세우시어 만물을 새롭게 하셨으니
모든 피조물이 종살이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섬기며
끝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에제키엘 예언자는, 주님께서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실 것이라고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종말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 드리실 것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와서 옥좌에 앉아 모든 민족들을,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가를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너희 나의 양 떼야. 나 이제 양과 양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4,11-12.15-17
11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12 자기 가축이 흩어진 양 떼 가운데에 있을 때,
목자가 그 가축을 보살피듯, 나도 내 양 떼를 보살피겠다.
캄캄한 구름의 날에, 흩어진 그 모든 곳에서 내 양 떼를 구해 내겠다.
15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16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그러나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
나는 이렇게 공정으로 양 떼를 먹이겠다.
17 너희 나의 양 떼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23(22),1-2ㄱ.2ㄴ-3.5.6(◎ 1)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네. ◎
○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 돋우어 주시고, 당신 이름 위하여,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네. ◎
○ 원수들 보는 앞에서 제게 상을 차려 주시고,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옵니다. ◎ 
○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 ◎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 드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15,20-26.28
형제 여러분,
20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21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22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23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입니다.
24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드리실 것입니다.
25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26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28 그러나 아드님께서도 모든 것이 당신께 굴복할 때에는,
당신께 모든 것을 굴복시켜 주신 분께 굴복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르 11,9.10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는 복되어라!
◎ 알렐루야.

복음

<사람의 아들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아 모든 민족들을 가를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5,31-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1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32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33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36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37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41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42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43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44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45 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46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창조주이신 주님, 사람이 되신 말씀의 배필인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교회가 성경을 무엇보다 앞세우며, 늘 가까이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온 힘을 다하여, 말씀으로 성장하게 하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정의로우신 주님, 세계 지도자들을 도와주시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먼저 살피게 하시고, 공동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올바로 실현하게 하소서.

3. 노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의 주님, 질병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가족과 이웃의 보살핌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하소서.

4. 우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도자이신 주님, 성서 주간을 시작하는 저희를 주님 말씀으로 이끌어 주시어, 그리스도의 말씀을 올바로 깨닫고 실천하며, 이웃에게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인류 화해의 제물을 바치며 간절히 비오니
모든 민족들이 성자를 통하여
일치와 평화의 은혜를 받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8 :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 외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기쁨의 기름을 바르시어
영원한 사제와 온 누리의 임금으로 세우셨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십자가 제대 위에서
티 없는 평화의 제물로 당신을 봉헌하시어 인류 구원을 이룩하시고
만물을 당신 친히 다스리시어
그 영원하고 보편된 나라를
지극히 높으신 아버지께 바치셨나이다.
그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이옵니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29(28),10-11

주님이 영원한 임금으로 앉으셨네. 주님이 당신 백성에게 강복하여 평화를 주시리라.

영성체 후 묵상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주님께서는 가장 작은 이들을 ‘내 형제’라고 하십니다. 주님을 섬기듯 작은 이들을 섬기는 것이, 영원한 벌과 영원한 생명을 가르는 기준임을 명심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불멸의 양식인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저희가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의 계명을 지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 나라에서 끝없이 살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오늘의 묵상 

우리는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최후 심판에 관한 복음을 듣습니다. 마지막 날에 “사람의 아들”께서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사람들을 심판하십니다. 그리하여 의인들은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이미 창조와 함께 시작된 하느님의 구원이 완성되는 모습입니다.
이와 반대로 악한 이들은 영원한 불 속에서 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의인이나 악인이나 모두 자신들이 “언제” 예수님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였는지 또는 하지 않았는지 묻습니다. 이 질문에 예수님의 답은 명확합니다. 기준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 전에 마지막으로 최후 심판의 내용을 전합니다. 이 말씀은 마태오 복음의 전체적인 구도와도 잘 어울립니다. 마태오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초기에 하신 산상 설교를 통하여 가르침을 요약합니다(5-7장 참조). 그리고 산상 설교의 마지막 가르침에서,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고 하며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을 강조합니다(7,24 참조). 최후 심판에서 강조되는 것 또한 말씀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작은 이들에게 말씀을 실행하였는지가 심판의 기준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심판은 마지막 날에 있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말씀을 실행하며 사는지 아닌지가 심판의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은 지금 여기서의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결국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