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5일 금요일
[백] 주님 성탄 대축일 - 낮 미사
오늘 전례
▦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창조주께서 피조물이 되셨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께서 가장 낮은 이가 되셨습니다. 이 놀라운 강생의 신비로 우리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오늘을 경축합시다
입당송 이사 9,5
본기도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구원하신다고 한다(제1독서).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지만, 신약 시대에는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신다(제2독서).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며 하느님이셨다. 이 말씀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셨다(복음).
제1독서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52,7-10
화답송시편 98(97),1.2-3ㄱㄴ.3ㄷㄹ-4.5-6(◎ 3ㄷㄹ)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1,1-6
복음 환호송
복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1,1-18
1,1-5.9-14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자이신 주님, 성탄으로 보여 주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주님 강생의 신비를 세상 속에서 용감하게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성령의 은총을 내려 주시어, 당리당략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3.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도움이신 주님, 추운 겨울 소외된 이들을 돌보아 주시어, 그들의 외로움을 주님의 온기로 채워 주시고, 저희가 먼저 다가가 그들을 보살피도록 이끌어 주소서.
4. 본당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빛이신 주님, 주님의 성탄을 기념하는 저희 본당 단체들을 비추어 주시어, 모든 사람을 비추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일꾼답게 어두운 곳을 찾아 빛을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영성체송 시편 98(97),3
영성체 후 묵상
▦ 믿는 이들은 사람이 되신 말씀을 통하여 참된 영광을 봅니다. 그리하여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은 사람이 되시어 오신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어둠 속에 머물게 됩니다. 성체 안에서 참된 영광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바로 믿음에 있습니다. 주님의 탄생을 경축하며 성체 안에 담긴 그분의 영광을 바라봅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의 복음 말씀은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입니다. 장엄한 별, 천사들의 천상 찬미가, 가난하고 겸손한 목자 그리고 구유 안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선포하는 지난밤이나 오늘 새벽 복음과 달리 오늘 복음은 ‘말씀의 육화’, 곧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은 시적 구절들과 담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적 구절이 한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을 노래한다면 담화 부분은 사람이 되시어 오신 말씀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에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을 묵상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동화 같은 예수님의 탄생을 좀 더 깊게 성찰하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그저 환상으로만 남지 않기를 선포하면서,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분께서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음을 마음속 깊이 새기라고 초대합니다. 성숙한 눈으로 강생의 신비를 깨달으려면 연약한 사람의 살을 취하신 말씀을 바라보는 “은총에 은총”이 필요합니다.
로마 제국 치하에서 여러 정치적, 종교적 신념으로 분열된 이스라엘 사회에 예수님께서는 연약한 아기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뚜렷한 자기 주관에 고집까지 더해진 사람들과 함께하시고자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더 고집스럽고 더 확고한 정치적, 종교적 신념 속에 살아갑니다. 게다가 성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보다는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만 바빠 보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신비를 바라보고 깨달을 “은총에 은총”이 더욱 간절한 때입니다. 성탄의 신비를 노래한 요한 복음사가의 시를 다시 한번 읊어 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