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주님 성탄 대축일 - 낮 미사

오늘 전례 

▦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창조주께서 피조물이 되셨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께서 가장 낮은 이가 되셨습니다. 이 놀라운 강생의 신비로 우리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오늘을 경축합시다

입당송 이사 9,5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라 불리리라.

본기도 

하느님,
저희를 하느님의 모습으로 오묘히 창조하시고 더욱 오묘히 구원하셨으니
사람이 되신 성자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구원하신다고 한다(제1독서).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지만, 신약 시대에는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신다(제2독서).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며 하느님이셨다. 이 말씀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셨다(복음).

제1독서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2,7-10
7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하고 시온에게 말하는구나.
8 들어 보아라. 너의 파수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다 함께 환성을 올린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심을 그들은 직접 눈으로 본다.
9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10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98(97),1.2-3ㄱㄴ.3ㄷㄹ-4.5-6(◎ 3ㄷㄹ)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 비파 타며 주님께 찬미 노래 불러라. 비파에 가락 맞춰 노래 불러라. 쇠 나팔 뿔 나팔 소리에 맞춰, 임금이신 주님 앞에서 환성 올려라.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1,1-6
1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2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3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4 그분께서는 천사들보다 뛰어난 이름을 상속받으시어,
그만큼 그들보다 위대하게 되셨습니다.
5 하느님께서 천사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6 또 맏아드님을 저세상에 데리고 들어가실 때에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천사들은 모두 그에게 경배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거룩한 날이 우리에게 밝았네. 민족들아, 어서 와 주님을 경배하여라. 오늘 큰 빛이 땅 위에 내린다.
◎ 알렐루야.

복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5.9-14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자이신 주님, 성탄으로 보여 주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주님 강생의 신비를 세상 속에서 용감하게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성령의 은총을 내려 주시어, 당리당략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3.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도움이신 주님, 추운 겨울 소외된 이들을 돌보아 주시어, 그들의 외로움을 주님의 온기로 채워 주시고, 저희가 먼저 다가가 그들을 보살피도록 이끌어 주소서.

4. 본당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빛이신 주님, 주님의 성탄을 기념하는 저희 본당 단체들을 비추어 주시어, 모든 사람을 비추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일꾼답게 어두운 곳을 찾아 빛을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오늘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여
거룩한 예배로 바치는 이 예물을 기꺼이 받아들이시어
주님 마음에 드는 완전한 화해의 제물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로
저희 마음의 눈을 새롭게 밝혀 주시어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저희 마음을 이끌어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98(97),3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영성체 후 묵상 

▦ 믿는 이들은 사람이 되신 말씀을 통하여 참된 영광을 봅니다. 그리하여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은 사람이 되시어 오신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어둠 속에 머물게 됩니다. 성체 안에서 참된 영광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바로 믿음에 있습니다. 주님의 탄생을 경축하며 성체 안에 담긴 그분의 영광을 바라봅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오늘 태어나신 구세주께서 저희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주셨으니
저희가 불사불멸의 은혜도 받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의 복음 말씀은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입니다. 장엄한 별, 천사들의 천상 찬미가, 가난하고 겸손한 목자 그리고 구유 안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선포하는 지난밤이나 오늘 새벽 복음과 달리 오늘 복음은 ‘말씀의 육화’, 곧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은 시적 구절들과 담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적 구절이 한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을 노래한다면 담화 부분은 사람이 되시어 오신 말씀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에 요한 복음서의 머리글을 묵상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동화 같은 예수님의 탄생을 좀 더 깊게 성찰하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그저 환상으로만 남지 않기를 선포하면서,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분께서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음을 마음속 깊이 새기라고 초대합니다. 성숙한 눈으로 강생의 신비를 깨달으려면 연약한 사람의 살을 취하신 말씀을 바라보는 “은총에 은총”이 필요합니다. 
로마 제국 치하에서 여러 정치적, 종교적 신념으로 분열된 이스라엘 사회에 예수님께서는 연약한 아기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뚜렷한 자기 주관에 고집까지 더해진 사람들과 함께하시고자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더 고집스럽고 더 확고한 정치적, 종교적 신념 속에 살아갑니다. 게다가 성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보다는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만 바빠 보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신비를 바라보고 깨달을 “은총에 은총”이 더욱 간절한 때입니다. 성탄의 신비를 노래한 요한 복음사가의 시를 다시 한번 읊어 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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