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11월 30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임금님이신 그분의 사제직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하느님께서는 우리 정신을 밝게 비추시어, 섬기는 것이 다스리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실 것입니다. 세상 모든 군주의 임금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을 형제들에게 삶으로 증언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
입당송 묵시 5,12; 1,6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다니엘 예언자는,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 앞으로 인도되는 모습을 본다(제1독서).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시는 것을 모든 눈이 보리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당신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나셨고,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이다.>7,13-14
화답송시편 93(92),1ㄱㄴ.1ㄷ-2.5(◎ 1ㄱ)
제2독서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께서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습니다.>1,5ㄱㄷ-8
복음 환호송마르 11,9.10 참조
복음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18,33ㄴ-37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만왕의 주님,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을 맞이한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주님을 찬미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게 하소서.
2. 공직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정의의 주님, 이 땅의 공직자들을 굽어살피시어, 국가의 일을 수행하는 데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모든 일에 공정하여 믿음을 얻고, 자신의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누리게 하소서.
3. 난민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전쟁과 재난, 인종과 종교의 문제 등으로 조국에 살지 못하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의 어려운 삶을 굽어보시어, 지구촌 나라들의 관심과 형제애로 새 희망을 얻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저희 가정 공동체를 굽어보시어,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이 소홀해지는 이 시대에, 우리 가정들이 참행복과 생명의 가치를 세상에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8 :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영성체송 시편 29(28),10-11
영성체 후 묵상
▦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성당에 들어서서 머리와 가슴, 어깨에 엄숙히 십자가를 새기고 십자가와 제대를 바라보며 깊이 머리를 숙입니다. 그리고 커다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감사를, 때로는 염원을, 때로는 아픔과 고통을 그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십자가를 몸과 마음에 품고 새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를 십자가에 매달아 조롱하고 심판합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처럼’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아 갔다고 여기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여 행동하게 하고는 자신은 고귀한 척, 정당한 척합니다. ‘군사들처럼’ 자기보다 힘없고 나약한 사람을 무시하며 조롱하고 빈정거립니다. ‘백성들처럼’ 사실과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낙인을 찍어 소문을 만들며 재미 삼아 험담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처럼’ 자신의 잘못은 바라보지 않고 누군가 자기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그의 잘못만을 탓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조롱하고 빈정거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예수님을 조롱하고 심판합니다. 약하다는 이유로, 나보다 잘못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이유로, 내 것을 빼앗아 갔다는 이유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매달아 빈정거리며 조롱하고 못 박아 죽입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은, 십자가 위에서 조롱받으신 분께서 바로 우리의 임금이심을 인정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빌라도처럼 말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짓밟았던 이들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신 분을 임금으로 여기고 충실히 섬기기를 약속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셨던 그 십자가의 왕으로서의 삶을 우리 또한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날입니다. 군림하는 왕이 아닌 십자가의 왕으로 오늘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