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5월 26일 목요일

[백]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필립보 네리 성인은 1515년 이탈리아의 중부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때 사업가의 꿈을 꾸었으나 수도 생활을 바라며 로마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펼친 필립보 네리는 서른여섯 살에 사제가 되어 영성 지도자와 고해 신부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에게 존경을 받았다.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오라토리오 수도회를 설립한 그는 1595년 선종하였고, 1622년 시성되었다.

입당송 로마 5,5; 8,11 참조

우리 안에 사시는 성령이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셨네. 알렐루야.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충실한 종들을 성덕의 영광으로 끊임없이 들어 높이시니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복된 필립보의 마음을 신비롭게 채우신 그 성령의 불꽃으로
저희 마음도 불타오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의 회당에서 안식일마다 토론하며,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을 설득하려고 애쓴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떠나시면 제자들과 달리 세상은 환호할 것이고, 제자들은 근심하겠지만 그 근심은 곧 기쁨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바오로는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고, 회당에서 토론을 하였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18,1-8
그 무렵 1 바오로는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로 갔다.
2 거기에서 그는 폰토스 출신의 아퀼라라는 어떤 유다인을 만났다.
아퀼라는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모든 유다인은 로마를 떠나라는 칙령을 내렸기 때문에
자기 아내 프리스킬라와 함께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었다.
바오로가 그들을 찾아갔는데,
3 마침 생업이 같아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다.
천막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었다.
4 바오로는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토론하며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5 실라스와 티모테오가 마케도니아에서 내려온 뒤로,
바오로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고 증언하면서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였다.
6 그러나 그들이 반대하며 모독하는 말을 퍼붓자
바오로는 옷의 먼지를 털고 나서,
“여러분의 멸망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들에게로 갑니다.” 하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7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티티우스 유스투스라는 사람의 집으로 갔는데,
그는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다. 그 집은 바로 회당 옆에 있었다.
8 회당장 크리스포스는 온 집안과 함께 주님을 믿게 되었다.
코린토 사람들 가운데에서
바오로의 설교를 들은 다른 많은 사람도 믿고 세례를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98(97),1.2-3ㄱㄴ.3ㄷㄹ-4(◎ 2 참조)

◎ 주님은 당신 구원을 민족들의 눈앞에 드러내셨네.
또는
◎ 알렐루야.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복음 환호송요한 14,18; 16,22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다시 오리니 너희 마음이 기뻐하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6-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6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17 그러자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서로 말하였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또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하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18 그들은 또 “‘조금 있으면’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20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필리 4,4-9)와 복음(요한 17,20-26)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찬미의 제사를 주님께 봉헌하며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도 복된 필립보를 본받아 언제나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기꺼이 이웃에게 봉사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5,9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잔치에서 천상 진미로 저희를 기르시니
저희가 복된 필립보를 본받아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제게는 유학 시절에 만난 폴란드인 친구 신부가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가끔 그 친구 신부의 고향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 주일이 되면 그곳 본당에 가서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미사가 생기가 넘치고 즐거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비결은 간단하였습니다. 미사 시작 때 한 번, 강론에서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견에서 다시 한번 신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었습니다. 폴란드 말이어서 무슨 이야기로 신자들을 그렇게 웃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미사에 참석한 모든 신자가 그 신부의 이야기에 큰 소리로 웃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입니다. 필립보 네리 사제는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과 고해 사제로 명성이 대단하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쾌활한 성격과 유머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그 웃음을 통하여 하느님 말씀을 전한 분이었습니다.
가끔 하느님을 향한 기도와 신앙생활을 경건하고 엄숙한 것으로만 여기는 신자들을 만납니다. 특별히 미사 때 누군가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고, 실수한 사람은 신부님과 수녀님을 찾아가 죄송하다고 하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합니다. 정성을 다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이미 일어난 실수라면 너그럽게 웃고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실수를 엄한 얼굴이 아니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고 계시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 주던 필립보 네리 사제를 기억하며, 우리의 신앙생활도 아주 작은 일 하나로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웃음이 가득하도록, 밝게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박문수 막시미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