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19일 일요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날 교회는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념하고 묵상한다.
보편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의무 축일로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목적 배려로 주일로 옮겨 지낸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와 구원의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신 새 계약의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기리며 미사에 참여합시다.
입당송 시편 81(80),17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말씀의 초대
살렘 임금 멜키체덱은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아브람을 축복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빵을 먹고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축복하시고 떼어 나누어 주시어 오천 명의 장정을 먹이신다(복음).
제1독서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다.>14,18-20
화답송시편 110(109),1.2.3.4(◎ 4ㄴㄷ)
제2독서
<여러분은 먹고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1,23-26
부속가
<21절부터 시작하여 짧게 할 수도 있다.>복음 환호송요한 6,51 참조
복음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9,11ㄴ-17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빛이신 주님, 성찬의 식탁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을 받아 모시는 교회를 일깨우시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온 세상에 전하며 참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2. 정치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세계 곳곳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인류애와 주님의 정의를 심어 주시어, 그들이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평화와 연대를 위하여 힘쓰게 하소서.
3.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목자이신 주님, 주님의 사제들을 거룩하도록 지켜 주시고, 몸과 마음이 아픈 사제들을 주님의 손길로 몸소 어루만져 주시어, 그들이 주님 때문에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삼위일체의 사랑을 드러내는 가정 공동체에 강복하시어, 부부와 자녀들이 서로 사랑하며, 신앙이 없는 형제자매들과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성찬 감사송 2 : 지극히 거룩한 성찬의 열매>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참되고 영원한 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길이 지속되는 제사를 제정하시어
먼저 자신을 아버지께 구원의 제물로 봉헌하시고
저희도 당신을 기억하여 봉헌하도록 명하셨나이다.
저희를 위하여 희생되신 주님의 살을 받아 먹어
저희는 튼튼해지고
저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피를 받아 마시어
저희는 깨끗해지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6,56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신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합니다. 황량한 곳에서 날은 저물고 잠자리와 음식을 구해야 하는 군중을 돌려보내자고 하는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제1독서의 멜키체덱은 성경에서 언급된 최초의 제사장입니다. 임금이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였던 그는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와서 아브람을 축복합니다. 멜키체덱은 예수 그리스도의 표상으로 여겨지며, “멜키체덱과 같이, 너는 영원한 사제로다.”(시편 110[109],4)라는 메시아적 신탁은 마침내 예수님에게서 완전히 실현됩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의 몸과 피를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대사제이시며, 새 계약의 중개자가 되십니다.
제2독서는 초대 교회에서부터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성찬 제정문 가운데 하나로,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몸소 성체성사를 세우신 내용을 전합니다. 여기에서 ‘기억’(ἀνάμνησιζς, 아남네시스)이라는 말은 이천 년 전의 사건을 그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사제를 통하여 봉헌되는 미사에는 인류 구원을 위해서 거행된 완전하고도 유일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가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라는 표현은 성체 거양 다음에 “신앙의 신비여!”라는 사제의 선창과 함께 바치게 되는데, 이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현재, 예수님의 죽음을 전하는 과거, 그리고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미래, 곧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공존하며 천상 잔치의 영원한 기쁨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입니다. 앞서 헤로데는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루카 9,9) 하며 예수님에 관해서 질문하였는데, 우리는 오늘 복음을 읽고 예수님께서 바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참하느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복음의 내용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동작들, 다시 말해서 빵을 ‘들고’, ‘축복하시며’, ‘떼어’, ‘나누어 주셨다’라는 네 동사가 예수님의 성찬 제정문과 엠마오 발현 이야기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쓰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동작의 연속성’을 통해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고, 성찬례를 제정하시고, 부활하신 다음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식탁에 앉아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신 분께서 바로 같은 예수님이심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사제를 통해서 거행되는 미사 안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짐으로써,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 영원한 생명의 빵이신 주님’(요한 6,51 참조)께서 우리 안에 찾아오시어 우리와 함께 머무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도 이 놀라운 신비로 우리를 당신 생명으로 가득 채워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또한 주님과 더욱 깊이 일치하며 우리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주님을 나누는 ‘그리스도의 또 다른 빵’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