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전야 미사
세례자 요한은 사제였던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친척인 엘리사벳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례자 요한은 주님에 앞서서 그분의 길을 닦고 구약과 신약을 잇는 위대한 예언자다.
세례자 요한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고 고백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말씀이신 주님의 길을 준비한 ‘광야의 소리’였던 그는 헤로데 임금의 도리에 어긋나는 생활을 꾸짖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였다.
<이 미사는 6월 23일 저녁, 대축일 제1 저녁 기도 앞이나 뒤에 드린다.>
<올해는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6월 23일로 옮겨 지낸다(교황청 경신성사성 답서, 2020.5.11. 참조).>
입당송 루카 1,15.14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예레미야를 민족들의 예언자로 세우시며 그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주님을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믿는 이들은,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에 기쁨 속에서 즐거워한다(제2독서). 즈카르야 사제는,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는 말을 천사에게서 듣는다(복음).
제1독서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1,4-10
화답송시편 71(70),1-2.3-4ㄱㄷ.5-6ㄱㄴ.15ㄴㄷ과 17(◎ 6ㄴ)
제2독서
<구원에 관해서는 예언자들이 탐구하고 연구하였습니다.>1,8-12
복음 환호송요한 1,7; 루카 1,17 참조
복음
<네 아내가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1,5-17
예물 기도
감사송
<선구자의 사명>영성체송 루카 1,68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이미 오래 전부터 마련된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 앞에서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주저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사명을 주시면서 당신의 현존을 약속하십니다.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이는 주님께서 보내시는 곳이면 어디든, 누구에게나 가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손을 예레미야의 입에 대시며, “내가 너의 입에 내 말을 담아 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 말씀을 선포하리라 예고하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통하여 끊임없이 말씀하시고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이렇게 구약의 예언자들을 통해서 준비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마침내 우리에게 파견되신 ‘구원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루카 복음서의 머리말(1,1-4)에 바로 이어서 소개되는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이었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하였고,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인 데다가, 심지어 둘 다 나이도 많았습니다. 사제였던 즈카르야는 성소에서 아들의 출생 예고 소식을 듣습니다. 천사는 ‘요한’이라 불릴 그 아기가 장차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며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차리라고 예고합니다.
한편 루카 복음 1―2장은 약속의 시대인 구약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성취의 시대인 신약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특히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은 많은 이를 하느님께 돌아오게 하며 온 백성이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합니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여기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1,5-25 참조)와 예수님의 탄생 예고(1,26-38 참조), 세례자 요한의 출생(1,57-66 참조)과 예수님의 탄생(2,1-7 참조) 이야기가 서로 나란히 배열되면서, 구약의 예언자들에게서 전해진 하느님의 약속이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 세례자 요한을 거쳐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마침내 완전히 실현됨을 알려 줍니다.
이렇듯 세례자 요한의 삶은 시작부터 예수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주님께 돌아오고 주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여 구원을 누리도록 준비된 세례자 요한의 운명은, 또한 주님께 부르심을 받은 우리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전야를 지내면서 세상 모든 이가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마련된 우리의 부르심과 소명을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