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8월 17일 수요일

[녹]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입당송 시편 84(83),10-11 참조

보소서, 저희 방패이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얼굴을 굽어보소서.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보화를 마련하셨으니
저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시어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을 오롯이 사랑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참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양 떼를 자기들의 먹이로 삼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을 거슬러 예언하게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맨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똑같은 품삯을 준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들어 하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4,1-11
1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2 “사람의 아들아, 이스라엘의 목자들을 거슬러 예언하여라.
예언하여라. 그 목자들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불행하여라, 자기들만 먹는 이스라엘의 목자들!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목자가 아니냐?
3 그런데 너희는 젖을 짜 먹고 양털로 옷을 해 입으며
살진 놈을 잡아먹으면서, 양 떼는 먹이지 않는다.
4 너희는 약한 양들에게 원기를 북돋아 주지 않고
아픈 양을 고쳐 주지 않았으며,
부러진 양을 싸매 주지 않고 흩어진 양을 도로 데려오지도,
잃어버린 양을 찾아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폭력과 강압으로 다스렸다.
5 그들은 목자가 없어서 흩어져야 했다.
흩어진 채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6 산마다, 높은 언덕마다 내 양 떼가 길을 잃고 헤매었다.
내 양 떼가 온 세상에 흩어졌는데, 찾아보는 자도 없고 찾아오는 자도 없다.
7 그러므로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8 내 생명을 걸고 말한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나의 양 떼는 목자가 없어서 약탈당하고,
나의 양 떼는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는데,
나의 목자들은 내 양 떼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목자들은 내 양 떼를 먹이지 않고 자기들만 먹은 것이다.
9 그러니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10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그 목자들을 대적하겠다.
그들에게 내 양 떼를 내놓으라 요구하고,
더 이상 내 양 떼를 먹이지 못하게 하리니,
다시는 그 목자들이 양 떼를 자기들의 먹이로 삼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11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23(22),1-3ㄱ.3ㄴㄷ-4.5.6(◎ 1)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 돋우어 주시네. ◎
○ 당신 이름 위하여,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
○ 원수들 보는 앞에서 제게 상을 차려 주시고,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옵니다. ◎
○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 ◎

복음 환호송히브 4,12 참조

◎ 알렐루야.
○ 하느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
◎ 알렐루야.

복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3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4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7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9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10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11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12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14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15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16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놀라운 교환의 신비를 이루시어
주님께 받은 것을 바치는 저희가 주님을 합당히 모시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30(129),7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네.
<또는>
요한 6,5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인자하신 주님,
성체성사로 저희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을 주시니
저희가 세상에서 그분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하늘에서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는 일꾼들의 ‘공로’와 ‘성과’에 대하여 세상의 통념과 다른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주인의 모습이 나옵니다. 아마 대부분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사람과 남들이 일하는 동안 빈둥거리며 놀다가 늦은 시간에 와서 겨우 한 시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액수가 품값으로 지급되는 일을 공평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 말씀에 나오는 주인의 생각은 이런 우리의 생각과 다릅니다. 주인은 이른 새벽부터 일꾼들을 부르러 광장에 나갑니다. 수확에 매진하였던 그는 일꾼들을 더 불러 모으기 위하여 적어도 네 번이나 더 집을 나섭니다.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 또는 그리스도이고, 일꾼들은 제자들입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삶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입니다. 포도밭은 교회입니다. 교회는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낮’은 모든 사람의 인생을, ‘저녁’은 하느님의 의로운 심판의 순간을 상징합니다. 저녁이 되자 주인이 일꾼들을 불러 품삯을 주고자 줄을 세웁니다. 그런데 가장 늦게 와서 일한 이들이 가장 먼저 불려 나가 품삯을 받습니다. 이때부터 우리의 생각과 주인의 생각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맨 먼저 나와 열두 시간씩 일한 일꾼들은 겨우 한 시간 남짓 일한 일꾼들이 못마땅합니다. 그러나 주인은 맨 처음 나와 일한 이들에게도 나중에 온 이들과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줍니다. 주인의 논리에 따르면, 그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행동에는 ‘공로’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은 공로가 아니라 일꾼들의 필요에 따라 품삯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논리입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의로움을 행하시는 놀라운 방식입니다. 우리는 ‘공로’의 종교, ‘보상’의 종교에 익숙한 나머지, 하느님의 사랑을 인간의 선행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 두고 평가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보상을 받기에 합당하다고 여기는 공로에 따라 지불하지 않으십니다. 그 어떤 사람도 하느님 앞에서 자기 공로를 내세워 축복을 받기에 합당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포도밭에 일찍부터 와서 일한 사람은 복됩니다. 그들은 수고하며 땀도 많이 흘렸지만,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님과 함께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운데 먼저 부름을 받고 응답한 이들은 맨 나중에 와서 품삯을 받은 이들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주님의 말씀에 따라 충실히 살아간 인생이 최고의 보상이고 감사한 인생이 아닌가?’ 비유 속 포도밭 일꾼들의 태도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너그러우심 앞에서 의아해하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주님의 포도밭을 일구고 있습니까?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