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9월 03일 토요일

[백]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540년 무렵 로마의 부유하고 신심 깊은 가문에서 태어나셨다. 법학을 비롯한 고등 교육을 받으시고 로마의 고위 공직을 지내셨지만, 수도 생활을 시작하시어 부제로 서품되시고,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교황 사절의 임무를 수행하셨다. 590년 교황으로 뽑히신 성인께서는 교황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고 표현하신 최초의 교황이시다. 교황권을 지배하는 특권이 아니라 봉사하는 특전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도 그분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전례 음악뿐 아니라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서를 많이 남기시고, 604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입당송 

복된 그레고리오는 베드로 좌에 올라, 언제나 주님의 얼굴을 찾고, 주님 사랑의 신비를 기리며 살았네.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 백성을 자비로이 돌보시며 사랑으로 다스리시니
복된 그레고리오 교황의 전구를 들으시고
교회의 목자들에게 지혜의 성령을 내리시어
그들이 백성을 올바로 가르치고 거룩해지도록 이끌며
자라나는 그 양들을 보고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의 신자들에게, 모든 것을 주님에게서 받았으면서도 자신의 것인 양 자랑하는 모습을 반성하라고 훈계한다(제1독서).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비난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우리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4,6ㄴ-15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6 ‘기록된 것에서 벗어나지 마라.’ 한 가르침을 나와 아폴로에게 배워,
저마다 한쪽은 얕보고 다른 쪽은 편들면서
우쭐거리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7 누가 그대를 남다르게 보아 줍니까?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
8 여러분은 벌써 배가 불렀습니다. 벌써 부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제쳐 두고 이미 임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임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함께 임금이 될 수 있게 말입니다.
9 내가 생각하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사도들을 사형 선고를 받은 자처럼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과 천사들과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 것입니다.
10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슬기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여러분은 강합니다.
여러분은 명예를 누리고 우리는 멸시를 받습니다.
11 지금 이 시간까지도, 우리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 맞고
집 없이 떠돌아다니고 12 우리 손으로 애써 일합니다.
사람들이 욕을 하면 축복해 주고 박해를 하면 견디어 내고
13 중상을 하면 좋은 말로 응답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처럼, 만민의 찌꺼기처럼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14 나는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런 말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나의 사랑하는 자녀로서 타이르려는 것입니다.
15 여러분을 그리스도 안에서 이끌어 주는 인도자가 수없이 많다 하여도
아버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내가 복음을 통하여 여러분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45(144),17-18.19-20.21(◎ 18 참조)

◎ 주님은 당신을 부르는 모든 이에게 가까이 계시네.
○ 주님은 가시는 길마다 의로우시고,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네. 주님은 당신을 부르는 모든 이에게, 진실하게 부르는 모든 이에게 가까이 계시네. ◎
○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의 소망을 채우시고, 그 애원을 들으시어 구해 주시네.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지키시고, 죄인들은 모두 없애 버리시네. ◎
○ 내 입은 주님을 노래하며 찬양하리라. 모든 육신은 그 거룩하신 이름 찬미하리라. 영영 세세에. ◎

복음 환호송요한 14,6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알렐루야.

복음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5
1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
2 바리사이 몇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4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5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코린 4,1-2.5-7)와 복음(루카 22,24-30)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성자의 희생 제사로 온 세상의 죄를 씻어 주셨으니
저희를 굽어보시어
복된 그레고리오 교황을 기리며 바치는 이 제사가
저희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루카 12,42 참조

주님은 당신 가족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을 세우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살아 있는 빵이신 그리스도의 성체로 저희의 힘을 북돋아 주시니
복된 그레고리오를 기리는 저희가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를 사랑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가난한 이가 남의 밭에서 아직 추수하지 않은 곡식을 얼마간 잘라 먹는 것은 율법상 허용된 일입니다(신명 23,26 참조).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 남의 밭에서 밀 이삭을 뜯어 먹은 일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바리사이들은 그것이 ‘안식일에 행한 노동’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한 명백한 규정이 오경의 율법에는 없으며, 바리사이 자신들이 지키던 구전 율법을 근거로 내세운 것이었습니다.
구전 율법을 집대성한 미쉬나에는 안식일에 금지된 서른아홉 가지 노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안식일에 꽃이나 열매를 잘라서는 안 된다거나 알곡 한 톨도 까부를 수 없다는 세부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확과 탈곡에 관한 이런 규정들은 본래 노동을 금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소에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거룩한 빵을 합당한 절차를 통하여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과거에 이 거룩한 빵을 속인인 다윗과 그의 일행이 허기져 먹은 일이 있었는데(1사무 21,1-7 참조), 바리사이들이 이를 두고는 아무 비난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윗의 주님’이시며 ‘안식일의 주인’이신 당신께 사람이 만든 안식일 규정들을 덧씌우고 속박하려 들자, 예수님께서 그들의 아집과 완고함을 짚어 깨우쳐 주신 것이었습니다.
경직된 사고와 잣대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옥죄고 단죄하는 마음으로는 주님의 길에 함께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슬기로운 사람이 되는 길’(제1독서 참조)은, 비록 배가 고파 밀 이삭을 뜯어 먹을지언정,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 가까이에서 황금빛 밀밭을 자유로이 따라 걷는 그 삶 속에 있음을 믿습니다. 

(강수원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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