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22일 수요일
[자]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라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킨다.
오늘 전례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재의 예식 말씀을 묵상하며 주님께 간절히 청합시다. “저희가 모르고 죄를 지었을지라도 뉘우치며 살고자 하오니,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입당송 지혜 11,23.24.26 참조
본기도
제1독서
<너희는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2,12-18
화답송시편 51(50),3-4.5-6ㄱㄴ.12-13.14와 17(◎ 3ㄱ 참조)
제2독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5,20─6,2
복음 환호송시편 95(94),7.8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6,1-6.16-18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또는>
<또는>
첫째 따름 노래
둘째 따름 노래 요엘 2,17; 에스 4,17⑩ 참조
셋째 따름 노래 시편 51(50),3
응송 바룩 3,2; 시편 79(78),9 참조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소서.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은총의 주님, 하느님과 참된 화해를 이루도록 특별히 초대된 교회를 도와주시어, 이 은혜의 때에 진정한 회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2. 위정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이 땅의 정치인들을 이끌어 주시어,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이에게 이로운 정책을 세워 공동선 실현에 앞장서게 하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샘이신 주님,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살펴 주시어, 그들이 고통을 잘 이겨 내고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유의 은총을 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거룩하신 주님,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저희 가정 공동체를 굽어살피시어, 모든 이가 절제와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며 복된 부활을 준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사순 감사송 3 : 절제>영성체송 시편 1,2-3 참조
영성체 후 묵상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바오로 사도는 간곡히 권고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위선자들처럼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다가 세상 사람들에게 우셋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도록, 주님께서 당신 소유인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청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백성을 위한 기도
<파견 때 사제는, 교우들을 바라보고 서서 그들을 향하여 팔을 펴 들고, 이 기도를 바친다.>오늘의 묵상
“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 사순 시기를 여는 첫 말씀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요엘 예언서의 말씀으로 이 시기를 시작합니다. 오늘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과 함께 사제는 우리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사순 시기에 우리는 희생과 절제, 포기와 단념이라는 말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기쁨’으로 부르셨습니다. 사순 시기는 이 기쁨을 되찾는 때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하느님의 자애와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쏟아져 내리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다시 보여 주시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먹을 ‘빵’을 얻으려고 오늘도 바삐 일하고 움직입니다. 그런데 배가 부르고 물질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자신 안에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열망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젊음과 검은 머리카락이 마치 짧은 숨처럼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가 세상에서 풀어 낼 수 없는 더 깊고 근원적인 열망이 있음을 깨닫습니다(코헬 11,10 참조). ‘내’ 세상이, ‘내’ 날들이 끝나 간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우리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깊은 내면의 ‘다른 음식’을 정말로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인 ‘나’라는 존재를 진실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대화하며 점차 ‘나’라는 인간이 누구이고 ‘사람다운 것’이 어떤 것이며 인간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를 자신 안으로 초대합니다. 우리 삶의 밑바닥부터 들여다보고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간 동안 우리 마음의 화두가 하느님 말씀을 다시 듣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예수님께서 악마의 유혹에 맞서시며 하신 첫 번째 말씀, 곧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참조: 신명 8,3)라는 말씀을 되뇌며 그 의미를 찾는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