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09일 일요일

[녹] 연중 제14주일

오늘 전례 

오늘은 연중 제14주일입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께서는 작은 이들에게는 주님을 드러내 보이시고, 약한 이들에게는 주님의 나라를 약속하십니다. 우리도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과 자유와 기쁨으로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을 널리 전하도록 합시다.

입당송 시편 48(47),10-11

하느님, 저희가 당신의 성전에서 당신의 자애를 생각하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찬양하는 소리, 당신 이름처럼 땅끝까지 울려 퍼지나이다. 당신 오른손에는 의로움이 넘치나이다.

본기도 

하느님,
타락한 세상을 성자의 수난으로 다시 일으키셨으니
저희에게 파스카의 기쁨을 주시어
죄의 억압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보라, 너의 임금님이 겸손한 모습으로 너에게 오신다.>
▥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9,9-10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9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승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10 그분은 에프라임에서 병거를,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시고
전쟁에서 쓰는 활을 꺾으시어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그분의 통치는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끝까지 이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45(144),1-2.8-9.10-11.13ㄷㄹ-14(◎ 1 참조)

◎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하나이다.
○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당신을 높이 기리나이다.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하나이다.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
○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넘치시네.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시며, 그 자비 모든 조물 위에 내리시네. ◎
○ 주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노래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하나이다. ◎
○ 주님은 말씀마다 참되시고,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네. 넘어지는 누구라도 주님은 붙드시고, 꺾인 이는 누구라도 일으켜 세우시네. ◎

제2독서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9.11-13
형제 여러분, 9 하느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사시기만 하면,
여러분은 육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그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11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는 당신의 영을 통하여
여러분의 죽을 몸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12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13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5-30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그리스도의 지체인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가, 인간관계를 깊이 변화시키고 하느님과 모든 형제자매와 만날 수 있는 성체성사를 삶의 중심으로 삼게 하소서.

2. 정치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통치자이신 주님, 이 땅의 정치인들을 굽어살피시어, 공정과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심어 주시고,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일에 마음을 모아 바르게 판단하고 정의롭게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3.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위로자이신 주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시어, 그들이 고통을 이겨 내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마침내 치유되는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주님께 영원한 생명을 청하는 저희 본당 공동체를 굽어보시어, 주님의 계명과 규정을 지키며, 몸과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섬기고 널리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주님께 바치는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영원한 생명에 날마다 더욱 가까이 나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3 :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 구원>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의 무한한 영광을 보여 주셨으니
그리스도의 천주성으로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을 도와주시고
그 인성으로 저희를 죽음과 멸망에서 구원하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34(33),9 참조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
<또는>
마태 11,28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

영성체 후 묵상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은 오히려 주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철부지 같은 우리에게 주님이신 예수님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합시다. 주님의 멍에는 편하고 주님의 짐은 가볍습니다. 사랑의 멍에와 짐을 기꺼이 지고 주님께 배워 안식을 얻읍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성사의 큰 은혜를 가득히 받고 비오니
구원의 은총을 풍부히 내리시어
저희가 끝없이 주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감사드리다’라는 표현은 본래 ‘고백하다’라는 의미에서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이면서 동시에 철부지 같은 사람들에게 드러내신 하느님의 신비를 아버지께 고백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추고 드러내는 것은 하느님 신비의 계시를 의미합니다. 계시는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계시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신비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예수님께서는 그분을 아버지라 부르시고 이제 유일한 관계 안에 제자들, 곧 모든 믿는 이도 함께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는 말씀은 이 유일한 관계를 잘 나타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분께 기도드립니다. 단순한 호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버지’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 이전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전지전능하시며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사람의 입에 담는 것은 피하여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하십니다. 이렇게 그분께 다가가고, 그분과 친밀하게 관계를 맺으며, 그분을 알아 가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하늘 너머 높은 곳에 계시지 않고 예수님을 통하여 세상 안에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이제 신앙인들도 하느님 아버지와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