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8월 06일 일요일
[백]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은 공관 복음이 공통으로 전하는 말씀에 따른 것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일을 기리는 날이다. 이 축일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에서 사십 일 앞서 지낸다. 교회의 전승에 따라,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사십 일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결과인 영광스러운 부활을 미리 보여 주시고자 거룩한 변모의 표징을 드러내셨다. 1457년 갈리스토 3세 교황이 보편 전례력에 이 축일을 받아들였다.
오늘 전례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사도들은 산에서 예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려 줄 때에, 그분의 위대함을 목격한 자로서 그리하였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주님의 빛나는 모습을 체험하고 주님의 증인이 됩시다.
입당송 마태 17,5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제1독서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었다.>7,9-10.13-14
화답송시편 97(96),1-2.5-6.9(◎ 1ㄱ과 9ㄱ)
제2독서
<우리는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1,16-19
복음 환호송마태 17,5
복음
<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났다.>17,1-9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희망의 샘이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탈 없이 치르고,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복음을 실천하고 증언하는 데 힘을 얻게 하소서.
2. 세계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창조주이신 주님, 세계 지도자들에게 지혜의 빛을 비추시어, 오늘날 세상을 위협하는 생태 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하시고, 그 해결을 위하여 마음과 지혜를 모으도록 이끌어 주소서.
3.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님,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저희를 보살펴 주시어,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로 빚어진 폭력과 억압에 주의를 기울이며, 함께 맞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도자이신 주님,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가르침과 말씀을 깊이 새기며, 신앙인의 삶을 해치는 그릇된 정보들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9 : 변모의 신비>영성체송 1요한 3,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베드로 사도는, 주님의 위대함을 목격하고 나서 예언자들의 말씀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전하며, 우리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자고 권고합니다. 우리 마음이 환해지도록 조용히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의 배경은 산입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산에 오르시는 예수님을 되풀이하여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겪으신 유혹의 마지막 장소는 산이었습니다(4,8 참조). 예수님께서 참행복의 말씀을 들려주신 곳도 산이었고(5,1 참조), 굶주린 백성을 위하여 빵을 많게 하신 곳도 산이었습니다(15,29 참조). 복음서 끝에는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산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28,16 참조). 오늘 복음에 나오는 구약의 두 인물도 산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나 그분의 계시를 받고 산에서 내려와 그것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합니다.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그 산을 내려와 예언자의 길을 당당히 걸어갑니다.
이렇게 산은 인간이 하느님을 내면 깊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여 생각하고 그분의 뜻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축일을 지내며 우리도 우리 자신의 ‘변모’를 희망하며 산에 올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산에 올라간다는 것은 세상의 방식으로 살기를 단념하고 하느님의 생각을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결심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이 세상에서 주님의 복을 받아 세속적 의미에서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데에만 매여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려고, 주님과 함께 머무르려고 이 ‘산’에 오르지 않으면 참된 주님의 모습과 그 영광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산에서 그분을 뵈었으니 이제 다시 산을 내려와야 합니다. 베드로는 초막을 지어 산에 머물고 싶어 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산을 내려오시어 하느님 아버지께 받은 사명을 수행하러 길을 떠나십니다. 성당에서 또 고요한 기도 속에서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생각하는 산을 경험합니다. 지금 우리도 이 산을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주님이신 스승께서 당신의 생명을 쏟으시고자 예루살렘을 향하여 나아가셨듯이, 우리도 그분을 따라 산에서 들은 말씀과 산에서 본 그분의 참모습을 마음에 품고 형제들을 섬기고자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