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11월 30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오늘 전례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성자를 하나뿐인 임금이며 목자로 삼으시어, 비탄의 역사 속에서도 사랑의 나라를 세우셨습니다. 성자께서 아버지께 구원의 업적을 바치시는 날, 아버지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심을 고백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확고한 믿음을 심어 주시기를 청합시다.
입당송 묵시 5,12; 1,6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너희 나의 양 떼야. 나 이제 양과 양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34,11-12.15-17
화답송시편 23(22),1-2ㄱ.2ㄴ-3.5.6(◎ 1)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 드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15,20-26.28
복음 환호송마르 11,9.10 참조
복음
<사람의 아들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아 모든 민족들을 가를 것이다.>25,31-46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만물의 주님,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을 맞이한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주님을 찬미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게 하소서.
2. 공직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공직자들에게 지혜와 절제의 은총을 주시어, 그들이 진정한 봉사의 정신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의 주님, 질병의 고통과 외로움으로 힘들게 지내는 노인들을 살피시어, 그들을 몸소 위로하시고, 가족과 이웃의 보살핌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하소서.
4. 본당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주님 이름으로 모인 본당의 단체들을 굽어살피시어, 자신들의 활동으로 주님의 말씀과 사랑이 전파됨을 깨닫고, 서로 화목하며 기쁨 가득히 살아가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8 :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영성체송 시편 29(28),10-11
영성체 후 묵상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주님을 섬기듯 ‘내 형제’인 가장 작은 이들을 섬기는 것이, 영원한 벌과 영원한 생명을 가르는 기준임을 명심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봉독되는 성경 말씀에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자칫 ‘갑을 관계’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나 이제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이의 시비를 가리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한편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대축일을 기점으로 전례력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회는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을 경청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양과 염소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각자의 인생 여정을 어떻게 걸어왔고,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인 ‘을’을 어떻게 대하였는지에 따라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최후 심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굳이 갑을 관계로 따지자면,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 ‘을’이 되셨습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가 “아드님께서도 모든 것이 당신께 굴복할 때에는, 당신께 모든 것을 굴복시켜 주신 분께 굴복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이유입니다.
죄 없으신 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 죽음은 예수님 사랑의 절정입니다. 영광스러운 부활은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온 세상에 밝혀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며 그분을 본받아 살아가도록 초대받은 복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