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0일 수요일

[자]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입당송 시편 18(17),49 참조

주님, 당신은 성난 민족들에게서 저를 구하시고, 제게 맞서 일어선 자들에게서 들어 높이셨으며, 포악한 자들에게서 구출하셨나이다.

본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참회의 생활로 거룩해진 자녀들의 마음을 비추시고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어
저희가 하느님을 섬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보내시어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14-20.91-92.95
그 무렵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14 물었다.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 너희가 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또 내가 세운 금 상에 절하지도 않는다니, 그것이 사실이냐?
15 이제라도 뿔 나팔, 피리, 비파, 삼각금,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날 때에
너희가 엎드려, 내가 만든 상에 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러면 어느 신이 너희를 내 손에서 구해 낼 수 있겠느냐?”
16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이 일을 두고 저희는 임금님께 응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17 임금님, 저희가 섬기는 하느님께서 저희를 구해 내실 수 있다면,
그분께서는 타오르는 불가마와 임금님의 손에서 저희를 구해 내실 것입니다.
18 임금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저희는 임금님의 신들을 섬기지도 않고,
임금님께서 세우신 금 상에 절하지도 않을 터이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19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는 노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보며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가마를 여느 때에 달구는 것보다 일곱 배나 더 달구라고 분부하였다.
20 또 군사들 가운데에서 힘센 장정 몇 사람에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묶어
타오르는 불가마 속으로 던지라고 분부하였다.
91 그때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깜짝 놀라 급히 일어서서 자문관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묶어서 불 속으로 던진 사람은 세 명이 아니더냐?”
그들이 “그렇습니다, 임금님.” 하고 대답하자, 92 임금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네 사람이 결박이 풀렸을 뿐만 아니라,
다친 곳 하나 없이 불 속을 거닐고 있다.
그리고 넷째 사람의 모습은 신의 아들 같구나.”
95 네부카드네자르가 말하였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자기들의 하느님을 신뢰하여 몸을 바치면서까지 임금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들의 하느님 말고는
다른 어떠한 신도 섬기거나 절하지 않은 당신의 종들을 구해 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다니 3,52ㄱ.52ㄷ.53.54.55.56(◎ 52ㄴ)

◎ 세세 대대에 찬송과 영광을 받으소서.
○ 주님,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
○ 영광스럽고 거룩하신 당신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
○ 거룩한 영광의 성전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거룩한 어좌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커룹 위에 앉으시어 깊은 곳을 살피시는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 하늘의 궁창에서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

복음 환호송루카 8,15 참조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31-42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32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33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아무에게도 종노릇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너희가 자유롭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까?”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35 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른다.
36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37 나는 너희가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38 나는 내 아버지에게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너희는 너희 아비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한다.”
39 그들이 “우리 조상은 아브라함이오.” 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아브라함이 한 일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
40 그런데 너희는 지금, 하느님에게서 들은 진리를
너희에게 이야기해 준 사람인 나를 죽이려고 한다.
아브라함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41 그러니 너희는 너희 아비가 한 일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사생아가 아니오.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오.”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하느님께서 너희 아버지시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할 것이다.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와 여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나를 보내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봉헌하는 이 제사를 받으시어
주님의 이름에는 영광이 되고
저희에게는 구원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수난 감사송 1 : 십자가의 힘>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인류의 구원을 이루신 성자의 수난으로
온 세상이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게 되었으니
십자가의 무궁한 힘으로
성자의 권능과 세상 심판이 드러났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양하며 환호하나이다.

영성체송 콜로 1,13-14 참조

하느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우리를 옮겨 주셨네. 우리는 그분의 피로 속량되어 죄를 용서받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오늘 천상 신비의 영약을 받아 모셨으니
저희의 나쁜 습관을 고쳐 주시고 언제나 저희를 지켜 주소서.
우리 주 …….

백성을 위한 기도

<자유로이 바칠 수 있다.>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의 사랑을 굳게 믿고 바라는 이 백성의 간청을 들어주시어
풍성한 자비를 끊임없이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성주간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때,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의 매우 중요한 본질 하나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그분 말씀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스승의 말씀을 듣고 간직하며 그 말씀 안에 머무는 것은 제자로서 당연히 하여야 할 일입니다. 말씀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스승과 제자 사이를 드러내 주는 일차적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려는 것일까요? 그분의 제자가 되면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깨달으려면 진리 자체이신 분 가까이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진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그 답도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은 ‘자유’를 통해서 발현됩니다. 구속이나 검열 또는 규제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대하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전락하여 버립니다. 교육이 아닌 조련으로 길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오늘 독서는 불가마에 던져진 세 청년의 이야기로 진리가 어떻게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지 알려 줍니다. 하느님만을 섬기고 우상을 거부하며 ‘진리’를 선택한 그들은 불가마 안에서도 ‘자유롭게’ 걸어 다닙니다. 그러자 박해의 주범인 네부카드네자르조차 “신의 아들” 같은 존재가 불가마 속에서 그들과 함께 거닐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이고, 이 자유는 ‘진리’에서만 싹트며, 진리는 그분의 ‘말씀’이기에, 교회는 무엇보다도 그분의 말씀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놀랍게도 하느님의 말씀을 따를 때 진리이신 그분께서는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십니다. 심지어 지옥의 불가마같이 뜨겁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기 때문입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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