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08일 월요일
[백]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말 그대로 주님의 탄생 예고를 기념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성모 영보 대축일’이라고 하였는데, ‘영보’(領報)는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천사에게서 들으셨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서 아홉 달을 계셨다고 믿었으므로 이 대축일의 날짜는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아홉 달을 거슬러 가 계산한 것이다.
본디 이 대축일은 ‘3월 25일’로, 올해는 “이 대축일이 성주간에 오면 부활 제2주일 다음 월요일로 옮겨 지낸다.”라는 『로마 미사 경본』의 지침에 따라 오늘 지낸다.
오늘 전례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하느님의 총애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말을 천사에게 듣고, 믿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도 주님의 종 마리아를 본받아,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입당송 히브 10,5.7 참조
본기도
제1독서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할 것입니다.>7,10-14; 8,10ㄷ
화답송시편 40(39),7-8ㄱㄴ.8ㄷ-9.10.11(◎ 8ㄴ과 9ㄱ 참조)
제2독서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10,4-10
복음 환호송요한 1,14
복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1,26-38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2 : 강생의 신비(3월 25일)>영성체송 이사 7,14 참조
영성체 후 묵상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합니다. 믿음에 찬 순명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우리를 거룩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십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봉독되는 성경 본문들이 강조하는 주제는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제1독서에서 “임마누엘”,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으로 선언됩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고자 하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계획은 성모님의 응답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우리말로 “보십시오.”라고 표현된 그리스 말 ‘이두’는 단순히 “네.”로도 옮길 수 있는 낱말입니다. 물론 이 “네.”는 앞으로 감수하여야 할 모든 고난과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이 “네.”를 통하여 성모님의 작은 몸에 창조주가 인류 역사의 거대한 질서와 함께 들어오십니다.
그런데 사실 ‘하느님의 육화’는 성모님의 “네.” 이전에 예수님의 “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하느님으로서 위상을 고집하지 않으시고 나자렛의 마리아에게서 태어남을 허락하셨기에 성모님의 허락도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2독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라는 예수님의 고백을 두 번 되풀이함으로써, 인간과 함께하시고자 하는 뜻에 이미 예수님께서 동의하셨음을 분명히 합니다.
언젠가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이 장엄한 사건이 나자렛의 작은 집에서 이루어진 것에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사건이 대성전이나 교회의 공적 자리가 아닌 소박한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느님의 거대한 계획은 가난하고 누추한 공간에서도 시작됩니다. 성당에 갈 수 없을 때, 기도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을 때, 나의 열악한 환경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내 삶의 자리가 “은총이 가득한 이”가 “기뻐하고”,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