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1일 일요일
[백] 부활 제4주일 (성소 주일)
해마다 부활 제4주일은 ‘성소 주일’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인 성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사제, 수도자, 선교사 성소의 증진을 위한 날이다. 성소 주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행되던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7-38) 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정하셨다. 이날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성소를 계발하고 키우는 일에 꾸준히 기도하고 활동하며 협력하도록 일깨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오늘 전례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며 성소 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자의 이름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치유하시며, 부활하신 성자의 영광을 빛나게 하십니다. 흩어진 사람들을 한 가족으로 모으시어,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기쁨을 누리게 하시는 아버지께 감사드립시다.
입당송 시편 33(32),5-6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예수님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4,8-12
화답송시편 118(117),1과 8-9.21-23.26과 28-29(◎ 22)
제2독서
<우리는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3,1-2
복음 환호송요한 10,14 참조
복음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10,11-18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영원한 목자이신 주님,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살아가고자 힘쓰는 저희를 보살펴 주시고, 특히 성직과 수도 생활을 지망하는 이들이 그 뜻을 굳건히 지켜 갈 수 있도록 은총을 주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은총의 주님, 세계 지도자들에게 통찰의 성령을 보내 주시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로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힘쓰게 하소서.
3. 절망하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희망이신 주님,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부활의 찬란한 빛을 비추시어,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을 참아 내며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사랑으로 하나 되어 살아가는 가정 공동체에 복을 내리시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이웃과도 사랑을 나누며 즐거이 살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영성체송
영성체 후 묵상
예수님께서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으신 착하신 목자이십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우리도 구원받고 온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부활 제4주일의 복음은 ‘착한 목자’에 대한 긴 담화의 결론 부분에 해당합니다. 오늘 복음은 “나는 착한 목자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하고 이를 부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나는 착한 목자다.”라는 선언 뒤에는 그 ‘착함’의 이유가 설명되는데,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목숨”(그리스 말 ‘프쉬케’)은 오늘 본문에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로 강조된 단어인데, ‘숨’ 또는 ‘호흡’을 뜻하며, 인간의 영혼, 생명, 활력 등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는 것은 자기 숨과 영혼을 내주어 상대를 대신 살게 함을 뜻합니다. 그와 반대로 ‘목숨을 내놓지 않는 목자’는 “삯꾼”입니다. 삯꾼은 자기가 살고자 양들을 이용하고 불필요해지면 내다 버립니다. 그가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등장한 “나는 착한 목자다.” 다음에는 ‘앎’에 대한 내용이 소개됩니다. ‘안다’(그리스 말 ‘기노스코’)라는 말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배우는 인지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고, 상대의 본질을 섬세하게 깨달아 이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행위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제2독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셨는지를 생각하여 보라고 권고합니다.
특별히 오늘 제1독서에는 작은 반전이 등장합니다. 착한 목자는 사랑하는 양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놓지만, 동시에 그 착한 목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리십니다. 목숨을 내놓는 목자는 다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 시기에 착한 목자 본문을 봉독하는 이유입니다.
양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맡겨진 양들을 하나하나 알고 생명을 바칠 정도로 사랑하는 것, 그래서 그의 숨이 양들의 숨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 이 ‘착함’만이 목자가 가지는 진정한 힘이며 권위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