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 첫째 미사

(『로마 미사 경본』: 943-946면 / 『미사 독서』3: 460-470면 )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은 죽은 모든 이의 영혼,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오늘 세 대의 위령 미사를 봉헌하여 왔는데, 이는 15세기 말 도미니코 수도회에서 성탄과 같이 세 대의 미사를 봉헌하였던 풍습에서 유래한다. 1748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이 이 풍습을 인정하여 특전으로 확대시켰다.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하여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입당송 1테살 4,14; 1코린 15,22 참조

예수님이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듯이,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이들을 예수님과 함께 데려가시리라. 아담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죽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살아나리라.

본기도 

주님,
성자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시어 저희의 믿음을 깊게 하셨으니
저희의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고
저희도 세상을 떠난 주님의 종들과 더불어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는 굳건한 희망을 지니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욥은, 구원자께서 살아 계시고 그분께서 마침내 먼지 위에서 일어서시리라고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진노에서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산으로 오르시어 제자들에게 여덟 가지 참된 행복을 가르치신다(복음).

제1독서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 욥기의 말씀입니다.
19,1.23-27ㄴ
1 욥이 말을 받았다.
23 “아, 제발 누가 나의 이야기를 적어 두었으면!
제발 누가 비석에다 기록해 주었으면!
24 철필과 납으로 바위에다 영원히 새겨 주었으면!
25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그분께서는 마침내 먼지 위에서 일어서시리라.
26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27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27(26),1.4.7과 8ㄷ과 9ㄱ.13-14(◎ 1ㄱ 또는 13)

◎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다.
또는
◎ 저는 산 이들의 땅에서 주님의 어지심을 보리라 믿나이다.
○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
○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 ◎
○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자비를 베푸시어 응답하소서. 제가 당신 얼굴을 찾고 있나이다. 당신 얼굴 제게서 감추지 마소서. ◎
○ 저는 산 이들의 땅에서, 주님의 어지심을 보리라 믿나이다.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 ◎

제2독서

<그리스도의 피로 의롭게 된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의 진노에서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5-11
형제 여러분, 5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6 우리가 아직 나약하던 시절,
그리스도께서는 정해진 때에 불경한 자들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7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8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9 그러므로 이제 그분의 피로 의롭게 된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의 진노에서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더욱 분명합니다.
10 우리가 하느님의 원수였을 때에
그분 아드님의 죽음으로 그분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화해가 이루어진 지금 그 아드님의 생명으로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더욱 분명합니다.
11 그뿐 아니라 우리는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자랑합니다.
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제 화해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태 25,34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 알렐루야.

복음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12ㄴ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2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3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5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6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7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8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9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분열과 갈등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평화의 봉사자로서 사랑과 대화의 언어로 화해를 이끌어 내고,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앞장서게 하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세계 지도자들의 마음에 생명의 소중함을 불러일으키시어, 인간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하고, 창조된 모든 것을 조화롭게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우울증이나 과로로 지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펴 주시어, 힘든 마음을 위로하시고, 그들이 새 삶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위령 성월을 맞은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굽어살피시어, 공동체를 위하여 일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고 다 함께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성자께서 세우신 사랑의 큰 성사로 하나 되어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을 자비로이 굽어보시고
세상을 떠난 주님의 종들이 성자와 함께 천상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감사송

<위령 감사송 1 :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부활의 희망>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1,25-26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세상을 떠난 주님의 종들을 위하여 파스카의 신비를 거행하고 비오니
그들을 빛과 평화의 나라로 이끌어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과거의 오늘’이라고 하여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웃는 얼굴들 사이에서 갑자기 하느님의 곁으로 가신 분이 보였습니다. 함께 만날 수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도 없는 지금이 왠지 미안해졌습니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외면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했습니다. 그런 저를 사제로, 동료로, 동행자로, 그리고 친구로 받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감사함에 그분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의 가난했던 마음을, 그의 슬픔과 아픔을, 그의 부드럽고 따뜻했던 마음을, 그의 간절했던 호소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를 위하여 많은 것을 내어놓고 희생하였지만, 그래서 나보다 더 눈물 흘리고 아파하였지만, 그럼에도 행복해하였음을 깨닫고 감사해하며 미안해하는 것이 그리움입니다. 저는 지금 그 사람이 너무 그립습니다. 그런 그리움을 더욱 많이 떠올리고 싶습니다. 나의 삶에서, 나의 지난 시간 속에서 그 그리운 모습들을 추억합니다. 
또한 오늘 누군가의 그리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그들보다 더 아파하고 힘들더라도, 그들이 나를 외면하고 멀리하여도 그들에게 그리움이 되어 주고자 더욱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니, 그들의 그리움이 될 수 있어 지금 행복합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