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홍]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성 요사팟 주교는 1580년 무렵 우크라이나의 동방 교회 가문에서 태어났다. 장사보다는 영혼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던 그는 뛰어난 상인이 되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을 저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이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수도원장까지 맡아 수도회 개혁을 주도하였다. 주교가 된 뒤에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1623년 이교도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1867년 비오 9세 교황께서 요사팟 주교를 시성하셨다.
입당송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2,23―3,9
화답송시편 34(33),2-3.16-17.18-19(◎ 2ㄱ)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복음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7-10
예물 기도
영성체송 마태 10,39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제1독서인 지혜서는 하느님께 선택받은 의인들, 주님께서 명하신 바를 충실히 실천하는 의인들이 이 땅에서는 시련으로 단련을 받지만 결국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고 단언하며, 주님을 신뢰하는 의인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노래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님께 선택받은 제자들, 곧 새 계약의 의인이 될 이들에게, 주인의 명을 다 실천한 뒤 이렇게 말하라고 명하십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마치 종 부리듯 부리시는 분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께서 섬김을 받으러 오신 분이 아니라, 오히려 섬기러 오신 분이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루카 22,27 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위하여 제자들을 종 부리듯 부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더 나아가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모든 의인을 “종”이라고 부르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것도, 대가를 바랄 것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을 섬기는 겸손한 종처럼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대단히 잘 한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굳이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말고 다른 이들을 통해서, 아니 땅에 굴러다니는 돌을 가지고서도 당신의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뽑아 당신 일을 해 나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더 이상 종이라 부르지 않으시고, 친구라 부르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기꺼이 종이 되시어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쓸모없는 종을 위하여 기꺼이 당신 아들의 목숨마저 내어 주시는 주인을 모시고 있기에 우리는 늘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