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1일 금요일
[녹] 연중 제6주간 금요일 또는
[백] 성 베드로 다미아니 주교 학자
입당송 시편 31(30),3-4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제1독서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이듯 실천이 없는 믿음도 죽은 것입니다.>2,14-24.26
화답송시편 112(111),1ㄴㄷ-2.3-4.5-6(◎ 1ㄷ)
복음 환호송요한 15,15 참조
복음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8,34―9.1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78(77),29-30 참조
요한 3,16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한 나그네가 눈보라를 헤치며 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산길에 쓰러져 동사 직전에 있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기에는 자신의 처지조차 감당할 수 없다 여기고서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잠시 뒤 다른 나그네가 그 길을 걷다가 쓰러진 그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나그네는 ‘내가 이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를 업었습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나그네는 그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산을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가던 중에 그는 길가에 한 사람이 얼어 죽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보다 앞서간 그 나그네였습니다. 자기 처지만 생각하며 먼저 간 나그네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그를 업고 간 사람은 죽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쓰러진 사람을 업고 걸었기에 추운 날씨 속에서도 땀을 흘렸고,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체온을 주고받아 둘 다 살아남았습니다.
‘혼자서는 따뜻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 자기도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라고 하신 의미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흔히 십자가라는 단어가 나오면 ‘고통’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기 잘못으로 말미암은 고통, 자신을 위하여 겪게 되는 고통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사랑을 나누고, 그 안에서 겪게 되는 고통이 십자가입니다. 그러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때, 다른 이도 살리고 우리 자신도 살 수 있습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