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23일 화요일
[백]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전야 미사
세례자 요한은 사제였던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친척인 엘리사벳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례자 요한은 주님에 앞서서 그분의 길을 닦고 구약과 신약을 잇는 위대한 예언자다.
세례자 요한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고 고백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말씀이신 주님의 길을 준비한 ‘광야의 소리’였던 그는 헤로데 임금의 도리에 어긋나는 생활을 꾸짖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였다.
<이 미사는 6월 23일 저녁, 대축일 제1 저녁 기도 앞이나 뒤에 드린다.>
입당송 루카 1,15.14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민족들의 예언자로 그를 세웠다고 하시며 그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베드로 사도는, 여러분은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에 즐거워하고 있다고 한다(제2독서). 즈카르야 사제는,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라는 말을 천사에게서 듣는다(복음).
제1독서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1,4-10
화답송시편 71(70),1-2.3-4ㄱㄷ.5-6ㄱㄴ.15ㄴㄷ과 17(◎ 6ㄴ)
제2독서
<구원에 관해서는 예언자들이 탐구하고 연구하였습니다.>1,8-12
복음 환호송요한 1,7; 루카 1,17 참조
복음
<네 아내가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1,5-17
예물 기도
감사송
<선구자의 사명>영성체송 루카 1,68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왜 하느님께서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에게 진작에 아들을 주지 않으셨을까요? 첫째, 둘 다 나이가 많았을 때 비로소 아들을 주신 것은 아들 요한이 자신들의 힘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들을 얻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을 거치며 깨달았던 그들이었기에,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자였음에도 줄곧 하느님께 아들을 주십사 청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얻은 아들은 더 이상 자기들의 소유가 아님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요한은 아론 집안의 전통에 따라 사제가 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광야에 나가 예언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 오랜 기간 자식을 기다리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모습은 구약의 역사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수백 년 동안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며 고통 속에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메시아가 도래하는 마지막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습니다.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을 기다리면서 과연 마지막 시대가 열리기는 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이겨 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내 속에서 희망을 저버리지 않은 구약의 역사, 바로 그 역사의 끝에 세례자 요한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렇듯 구약의 역사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운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요한이 자신들의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달랐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신약의 시대를 여는 그의 삶을 그들은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마지막 예언자,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메시아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것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