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28일 일요일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 전야 미사
베드로 사도는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벳사이다 출신으로, 본이름은 시몬이다.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어부 생활을 하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베드로(반석)로 바꾸시고, 그를 사도단의 으뜸으로 세우셨다. 복음서에 소개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예수님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여 칭찬받기도 하고, 예수님의 수난을 반대하다가 심한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로마교구의 첫 주교며 첫 교황이기도 한 베드로 사도는 67년 무렵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열두 제자와 달리, 비교적 늦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열성적으로 박해하던 사람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려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서 회심하여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이 사는 여러 지역에 교회를 세웠으며, 그곳 공동체들에 보낸 많은 서간이 오늘날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67년 무렵 로마에서 참수되었다.
<이 미사는 6월 28일 저녁, 대축일 제1 저녁 기도 앞이나 뒤에 드린다.>
입당송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베드로와 요한은 성전에 들어가다가 자선을 청하는 불구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의 병을 고쳐 준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전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받은 것이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밝힌다(제2독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으신 뒤 당신 양들을 돌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3,1-10
화답송시편 19(18),2-3.4-5ㄱㄴ(◎ 5ㄱ)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셨습니다.>1,11-20
복음 환호송요한 21,17 참조
복음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21,15-19
예물 기도
감사송
<베드로와 바오로의 사명>영성체송 요한 21,15.1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으로, 스승을 배반하고 자책감에 빠져 있던 베드로 사도에게 꾸중과 질책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랑을 일깨워 주십니다.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끝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하였습니다. 우리도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도가 되어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많은 이들이 교구 사제로서 사목을 잘하려면 여러 가지 많은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학 지식, 시사 문제에 대한 통찰력뿐 아니라, 청소년들과 잘 어울리려면 유머 감각도 있어야 하고, 교우들과 신앙을 나누기 위해서 심리 상담가에 가까운 소양도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이런 조건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아무리 많은 능력과 자질을 다 갖추었다고 하여도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이 한 가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십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던지신 질문이며 가장 묻고 싶으셨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려 세 번에 걸쳐 물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양들을 돌보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사목을 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니라, 바로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입니다. 그분께서는 양 치는 법을 잘 아느냐, 양이 언제 배가 고픈지, 어떻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양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잘 아느냐, 사나운 짐승이 오면 어떻게 쫓는지 그 방법은 잘 알고 있느냐 등 목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대하여 묻지 않으십니다.
사목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식이 많고, 언변이 뛰어나고, 성격이 좋고, 사람 사귀는 요령을 잘 안다 하여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제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로 삼은 우리 모두에게 물으십니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