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9일 일요일
[녹] 연중 제19주일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19주일입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고 우리의 믿음을 굳건하게 하십니다. 호수에서 파도에 시달리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인생과 역사 안에 살아 계시는 주님을 알아뵙고 어떠한 시련에도 의연하게 맞서며, 아버지께서 주시는 평화를 그리스도와 함께 누리도록 기도합시다.
입당송 시편 74(73),20.19.22.23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엘리야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 있는 동굴에서,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하였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본 제자들은,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고백한다(복음).
제1독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19,9ㄱ.11-13ㄱ
화답송시편 85(84),9ㄱㄴㄷ과 10.11-12.13-14(◎ 8 참조)
제2독서
<내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9,1-5
복음 환호송시편 130(129),5 참조
복음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14,22-33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교회가 세상의 온갖 유혹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을 믿으며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충실한 도구가 되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나라들을 살펴 주시어, 진정한 평화는 서로 이해하고 믿음으로써 이루어짐을 깨닫고 대화와 협력에 최선을 다하게 하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의 주님, 질병의 고통으로 지쳐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어, 그들이 안정을 되찾아 마음과 몸의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영원한 목자이신 주님, 저희 본당 공동체와 늘 함께하시어, 저희가 주님을 믿고 주님께 의지하며,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6 : 영원한 파스카의 보증>영성체송 시편 147(146─147),12.14 참조
요한 6,51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바람과 불이 지나간 뒤에 하느님께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던 제자들에게 물 위를 걸으시어 다가가시고, 용기를 내어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베드로 사도처럼 거센 바람을 보고 두려움을 느껴 물에 빠져 들지 않도록 세파에 당당하게 맞서는 굳건한 믿음을 주님께 청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독서와 복음은 삶의 불안 속에서 스스로 거두지 못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시는 주님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1독서의 엘리야 이야기는 복음의 베드로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통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만 당신을 만날 수 있는 호렙산으로의 여행에 엘리야를 초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역풍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는 베드로를 당신께 걸어오도록 초대하시는 예수님과 비슷합니다.
그런 가운데 하느님께서는 돌풍, 지진, 불길 속에 계시지 않았고 오히려 잔잔한 미풍 속 작은 속삭임을 통하여 당신의 존재를 엘리야에게 드러내십니다.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풍랑 속에 시달리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잠잠해지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베드로의 말과 행동입니다. 베드로의 믿음은 한순간 순수하여 오직 주님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오너라.”라는 말씀으로 초대하셨고 베드로는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믿음은 불안과 의심으로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인간 스스로가 가지는 다부진 용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도 우리 자신의 눈길이 결코 흐트러짐 없이 오직 주님만을 향하며 믿음의 길을 갈 때, 주님의 힘이 우리를 붙들어 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의심하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단어는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 안에서 둘로 떨어져 나간 상태’, ‘마음이 둘로 갈라져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의 자신감이 허물어진 상태가 아니라 예수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둘로 갈려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을 흐트러짐 없이 바라보는 온전한 믿음만이, 불안과 의심이 생길 때마다 우리를 삼키려 입을 벌리는 바닥 모를 심연을 뛰어넘게 할 것입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