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16일 일요일
[녹] 연중 제20주일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20주일입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자비를 청한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본받읍시다. 하느님께서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성자의 낮추심으로 구원의 보편 계획을 이루셨습니다. 우리도 겸손한 마음으로, 영원히 변치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증언하도록 합시다.
입당송 시편 84(83),10-11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의 구원이 가까이 왔고 주님의 의로움이 곧 드러나리니,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스라엘이 순종하지 않았지만 자비를 입게 될 것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는다는 가나안 부인의 믿음을 보시고 딸을 낫게 해 주신다(복음).
제1독서
<나는 이방인들을 나의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리라.>56,1.6-7
화답송시편 67(66),2-3.5.6과 8(◎ 4 참조)
제2독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습니다.>11,13-15.29-32
복음 환호송마태 4,23 참조
복음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15,21-28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좋으신 주님, 주님을 따르고자 모인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주님 사랑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완전히 끊어 버리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충실히 살아가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통치자이신 주님, 정치인들에게 주님의 정의를 심어 주시어, 인간의 존엄과 상식 안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굶주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사회와 이웃의 관심 밖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살피시어, 저희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나눔의 손길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의 주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려는 저희 가정을 보살피시어, 그 충만한 사랑으로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6 : 영원한 파스카의 보증>영성체송 시편 130(129),7
요한 6,51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고쳐 달라고 간청하는 가나안 여인의 애원이 눈물겹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예수님의 탄성이 우리 귀에도 들리도록, 굳건한 믿음으로 간절히 청합시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 활동 무대인 갈릴래아를 떠나시어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민족의 땅으로 가신 이유는 오늘 복음의 앞선 내용들을 짚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와 빵을 많게 하신 기적으로 그 나라의 풍요로움을(마태 13,1-53; 14,13-21 참조) 드러내신 예수님께서는, 물 위를 걸으시는 기적과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기적을 통하여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보여 주십니다(마태 14,22-36 참조). 그리고 그분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셨습니다(마태 15,1-20 참조).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예수님의 발걸음을 갈릴래아에서 이민족의 땅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말을 해도 소용없고 기적을 통해서도 깨닫지 못하는 위선자들 앞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이민족 가나안 여인이 도움을 청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여기서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께 외쳤던 ‘다윗의 자손’은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리던 메시아를 일컫는 호칭이었습니다. 나탄 예언자가 하느님의 집을 지으려던 다윗 임금에게, 희망의 구원자가 바로 그 가문에서 나올 것이라는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진작에 이스라엘에게서 나왔어야 할 신앙 고백이 이민족 사람에게서 나왔으니 예수님의 칭찬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입술로만 공경하는 위선이 아닌, 강아지에 비유하며 무시하시려는 예수님께 ‘강아지처럼 주인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라도 먹겠다.’ 하는 여인의 간절한 믿음은 그분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도 구원에 대한 희망과 참된 믿음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강아지가 주워 먹을 부스러기만큼의 믿음이라도,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신 희망의 틈을 파고든다는 것입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