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17일 수요일
[자]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라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킨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재의 예식 말씀을 묵상하며 주님께 간절히 청합시다. “저희가 모르고 죄를 지었을지라도 뉘우치며 살고자 하오니,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입당송 지혜 11,23.24.26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요엘 예언자는, 이제라도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오라고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화해하라며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고 구원의 날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베풀 때, 기도할 때,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라고 하시며 사람들이 아니라 숨어 계신 아버지께 보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너희는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2,12-18
화답송시편 51(50),3-4.5-6ㄱㄴ.12-13.14와 17(◎ 3ㄱ 참조)
제2독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5,20─6,2
복음 환호송시편 95(94),7.8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6,1-6.16-18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또는>
<또는>
첫째 따름 노래
둘째 따름 노래 요엘 2,17; 에스 4,17⑩ 참조
셋째 따름 노래 시편 51(50),3
응송 바룩 3,2; 시편 79(78),9 참조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소서.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주님,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굽어보시어, 그들이 온 교회의 기도와 도움으로 힘을 얻고, 기쁨과 희망 속에 신앙을 지켜 나가도록 도와주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다양한 생각과 목적을 가진 저희를 보살펴 주시어, 갈등과 다툼을 경청과 배려로 해결하고, 주님의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샘이신 주님, 정신적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어, 그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유의 은총을 주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거룩하신 주님,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저희 가정 공동체를 이끌어 주시어, 가족 모두가 절제와 회개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부활을 준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사순 감사송 3 : 절제>영성체송 시편 1,2-3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바오로 사도는 간곡히 권고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위선자들처럼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다가 세상 사람들에게 우셋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도록, 주님께서 당신 소유인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청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백성을 위한 기도
<파견 때 사제는, 교우들을 바라보고 서서 그들을 향하여 팔을 펴 들고, 이 기도를 바친다.>오늘의 묵상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재를 머리에 얹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회개란 무엇일까요? 회개의 사전적 정의는,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뜻입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리가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여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뜻이 더해집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방향이 추가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회개는 단순한 뉘우침과 마음을 고쳐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죄며 잘못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회개입니다. 따라서 참된 회개는 우리와 하느님의 거리를 생각하고, 다시 하느님과 가까워지려는 모든 영적인 활동을 뜻합니다.
단식, 기도, 자선은 회개의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을 향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올바른 회개가 아니겠지요. 하느님께서 눈에 명확하게 보이시면 참 좋겠는데, 아쉽게도 하느님께서는 숨어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사실을 거듭 들려주십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숨어 계신 것이지, 안 계신 것이 아닙니다. 회개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숨어 계시지만 않으시고, 숨은 일도 보십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겨지는 오늘날에 회개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숨어 계신 하느님을 향하는 오늘이 바로 “은혜로운 때”이며 “구원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