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6월 11일 금요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은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이다. 이 대축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다음 금요일에 지내는데, 예수 성심이 성체성사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예수 성심에 대한 공경은 중세 때 시작하여 점차 보편화되었다. 1856년 비오 9세 교황 때 교회의 전례력에 도입되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해마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고 있다. 이날은 사제들이 대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 선포의 직무를 더욱 훌륭히 수행하는 가운데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또한 교회의 모든 사람이 사제직의 존귀함을 깨닫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하여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며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를 의롭게 하십니다. 사제들이,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찾고자 애쓰시는 예수님의 성심을 닮은 착한 목자가 되도록 기도합시다.
입당송 시편 33(32),11.19 참조
본기도
저희 죄 때문에 상처를 입으신 아드님의 성심을 보시고
저희에게 무한한 사랑을 인자로이 베푸시니
저희가 그 성심을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며
마땅한 속죄의 제사를 드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호세아 예언자는, 주님께서는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르시어, 타오르는 분노대로 행동하지 않으신다고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의 성도들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빈다(제2독서). 군사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온다(복음).
제1독서
<내 마음이 미어진다.>11,1.3-4.8ㅁ-9
화답송이사 12,2-3.4ㄴㄷㄹ.5-6(◎ 3)
제2독서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3,8-12.14-19
복음 환호송마태 11,29 참조
복음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19,31-37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4 : 그리스도의 무한하신 사랑(예수 성심 대축일)>영성체송 요한 7,37-38 참조
요한 19,34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하느님 아버지께서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를 위하여 피와 물을 쏟으신 예수 성심의 한없는 사랑을 깨달읍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구약 성경은 우리에게 무서운 하느님을 소개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백성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수시로 벌을 내리시고 심판하십니다. 금송아지를 보고 ‘이분이야말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신 하느님이시다.’라고 외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분노하시고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도 하십니다(탈출 32,25-29 참조). 또한 그분께서는 광야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백성에게 불 뱀을 보내시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게도 만드십니다(민수 21,4-9 참조).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시지만 질투하시는 하느님이기도 하셨습니다(탈출 20,5; 34,14 참조). 그리고 하느님 분노의 절정은 왕국의 멸망으로 구체화됩니다. 우리가 전능하신 분, 천지를 창조하신 분으로 고백하는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구약의 역사 안에서 자비와 분노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셨습니다.
그럼 어떤 하느님의 모습이 진짜일까요? 하느님의 진짜 모습은 예수님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당신의 사랑하시는 외아드님을 보내시고, 그분을 죽음에 이르게 하십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에 대한 강력한 구원 의지로 당신의 외아드님을 인간의 손에 맡기십니다. 아울러 예수님 자신도 아버지와 함께 그 사랑을 삶으로 드러내셨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의 분노와 심판이 이스라엘 백성의 멸망에서 절정에 이르렀다면, 신약에서 분노와 심판은 사랑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절정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완성됩니다.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 그것은 아버지와 예수님의 사랑 그 자체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당신을 바치시며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피와 물을 쏟으십니다. 그분의 크신 사랑이, 우리의 언어로 담기에는 너무나도 크신 사랑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전해지는 따뜻한 축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