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2월 19일 토요일

[녹] 연중 제6주간 토요일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31(30),3-4 참조

하느님,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당신 이름 위하여 저를 이끌어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사람은 절제할 수 없는 혀로 큰 불을 낼 수 있다. 야고보는 이를 불의의 세계로 정의한다(제1독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의 부활을 드러낸다.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목소리는 앞으로 예수님께서만 권위를 가지실 것임을 보여 준다(복음).

제1독서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
3,1-10
1 나의 형제 여러분, 많은 사람이 교사가 되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2 우리는 모두 많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누가 말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는 자기의 온몸을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입니다.
3 말의 입에 재갈을 물려 복종하게 만들면, 그 온몸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4 그리고 배를 보십시오.
배가 아무리 크고 또 거센 바람에 떠밀려도,
키잡이의 의도에 따라 아주 작은 키로 조종됩니다.
5 이와 마찬가지로
혀도 작은 지체에 지나지 않지만 큰일을 한다고 자랑합니다.
아주 작은 불이 얼마나 큰 수풀을 태워 버리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6 혀도 불입니다. 또 불의의 세계입니다.
이러한 혀가 우리의 지체 가운데에 들어앉아
온몸을 더럽히고 인생행로를 불태우며,
그 자체도 지옥 불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7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과 길짐승과 바다 생물이
인류의 손에 길들여질 수 있으며 또 길들여져 왔습니다.
8 그러나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합니다.
9 우리는 이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기도 하고,
또 이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10 같은 입에서 찬미와 저주가 나오는 것입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이래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2(11),2-3.4-5.7-8(◎ 8ㄱ)

◎ 주님, 당신이 저희를 지켜 주소서.
○ 주님, 구원을 베푸소서. 충실한 이는 하나도 없고, 진실한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나이다. 저마다 이웃에게 거짓을 말하고, 두 마음 간사한 입술로 말하나이다. ◎
○ 주님은 간사한 모든 입술과, 허황된 말을 하는 혀를 잘라 버리시리라. 그들은 말하는구나. “혀는 우리의 힘, 입술이 우리 것인데 누가 우리의 주인이랴?” ◎
○ 주님의 말씀은 순수한 말씀, 흙 도가니 속에서 일곱 번이나 정제된 순은이어라. 주님, 당신이 저희를 지켜 주시고, 이 세대로부터 영원히 보호하소서. ◎

복음 환호송마르 9,7 참조

◎ 알렐루야.
○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 알렐루야.

복음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였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2-13
그때에 2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3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4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5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6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7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8 그 순간 그들이 둘러보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예수님만 그들 곁에 계셨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10 그들은 이 말씀을 지켰다.
그러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저희끼리 서로 물어보았다.
11 제자들이 예수님께
“율법 학자들은 어째서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하고 물었다.
12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과연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많은 고난과 멸시를 받으리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느냐?
13 사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엘리야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하고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78(77),29-30 참조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네. 주님이 그들의 바람을 채워 주셨네. 그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네.
<또는>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진미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제자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셔서 그들 앞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십니다. 엘리야와 모세도 그분 곁에 나타납니다. 베드로는 이 놀라운 장면을 보고서 그들에게 초막을 지어 드리겠다고 제안합니다. 뜬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베드로의 이 제안은 이스라엘의 초막절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호 아래 광야에서 지냈던 천막생활을 기억하는 초막절은, 마지막 때가 오면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초막에서 살게 되리라는 종말론적인 기대도 반영하는 축제였습니다. 이제 베드로가 왜 초막을 짓겠다고 하였는지 이해가 됩니다. 베드로는 자기 눈앞에서 펼쳐지는 눈부신 광경을 보고 지금이 바로 그 종말의 때임을 직감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 초막을 지어 드리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놓친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메시아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수난을 강조하셨는데(마르 8,31 참조), 종말의 때에 이르기는커녕 아직 수난의 때도 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베드로는 눈앞의 놀라운 광경에 정신이 팔려 이를 잊었던 모양입니다. 이미 한 번 심하게 꾸지람을 들었음에도(마르 8,33 참조) 여전히 수난과 십자가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지지 않은 모습을 보며, 베드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이 가르침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십자가 없이 영광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예수님께서 높은 산에서 드러내신 영광은 수난의 여정 끝에 궁극적으로 맞이할 부활의 영광을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곧 십자가의 승리를 암시하는 것이지요. 오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묵상하며, 그분께서 초대하신 십자가의 길이 결국 패배가 아닌 승리의 여정이라는 우리의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