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2월 23일 수요일

[홍]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

폴리카르포는 요한 사도의 제자로, 스미르나 곧 오늘날 터키 이즈미르 지역의 주교였다. 그는 특히 정통 교리의 열렬한 수호자로 여러 이단들과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 이교적 교리에 심취하였던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체포되어 166년경 순교하였다. 성 폴리카르포 주교는 사도 시대와 이후의 교회를 연결하는 위대한 기록자이자, 2세기 그리스도교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입당송 

이 성인은 하느님의 법을 위해 죽기까지 싸웠으며, 악인들의 말도 두려워하지 않았네. 그는 튼튼한 반석 위에 집을 지었네.
<또는>
지혜 10,12 참조
주님은 격렬한 싸움에서 그에게 승리를 주시어 지혜가 그 무엇보다 강함을 깨닫게 하셨네.

본기도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복된 폴리카르포 주교를 순교자 대열에 들게 하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그와 함께 그리스도의 수난의 잔을 나누어 마시고
성령의 힘으로 부활하여 영원히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야고보는 우리가 우리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기에, ‘주님께서 원하시면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주님께서 원하시면”하고 말해야 합니다.>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
4,13-17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16 그런데도 여러분은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49(48),2-3.6-7.8-10.11(◎ 마태 5,3)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모든 백성들아, 잘 들어라. 세상 모든 사람들아, 귀를 기울여라. 천한 사람 귀한 사람, 부유한 자 가난한 자 다 함께 들어라. ◎
○ 뒤쫓는 자들이 악행으로 나를 에워쌀 때, 그 불행한 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랴? 그들은 자기 재산만 믿고, 재물이 많다고 자랑한다. ◎
○ 사람이 사람을 어찌 구원하랴? 하느님께 제 몸값을 치를 수도 없거늘. 그 영혼의 값 너무 비싸, 언제나 모자란다, 그가 영원히 살기에는, 구렁을 아니 보기에는. ◎
○ 정녕 그는 보리라, 지혜로운 이도 죽고, 어리석은 자도 미욱한 자도 사라진다. 재산을 남들에게 남겨 둔 채 모두 사라지리라. ◎

복음 환호송요한 14,6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알렐루야.

복음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8-40
그때에 38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묵시 2,8-11)와 복음(요한 15,18-21)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복된 폴리카르포가 주님 사랑으로 갖은 육신의 박해를 이겨 내게 하셨으니
저희가 바치는 이 예물에 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시어
저희 마음도 그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우리 주 …….
<또는>
주님, 복된 순교자 폴리카르포를 기리며 이 예물을 바치오니
일찍이 주님을 위하여 흘린 그 고귀한 피와 같이
이 예물도 기꺼이 받아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16,2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또는>
마태 10,39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신비에 참여하고 비오니
저희에게 굳센 정신을 심어 주시어
저희가 복된 폴리카르포처럼 언제나 주님을 충실히 섬기며
온갖 고난을 꿋꿋이 이겨 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현대인들은 대개 바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빈틈없이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정해진 시간표대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데 익숙합니다.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표현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사회에서 정해진 시간을 잘 쪼개어 쓸 줄 아는 사람은 칭송을 받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거나 낭비하는 사람은 한심한 취급을 받습니다. 이 세상의 삶은 죽음으로 한정된 시간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귀한 시간이 주로 무엇을 얻으려는 데 소비되는지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 현세에서 가지고 싶거나, 되고 싶거나, 누리고 싶은 것을 얻고자 사용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주님의 선물임을 일깨워 줍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현세의 시간을 언제까지 허락하실지 우리는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고귀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물론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고, 각자 종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 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현세의 가치만 좇으면서 주님께 받은 한정된 시간을 모두 써 버린다면, 오히려 그것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약속된 하느님 나라를 구하는 일, 곧 기도와 말씀 읽기, 이웃 사랑 실천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내세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행복은, 현세에서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의 마지막 말씀을 기억하며 더 ‘좋은 일’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