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8월 10일 수요일
[홍]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라우렌시오 성인은 에스파냐 우에스카에서 태어났다. 로마 교회의 일곱 부제 가운데 수석 부제였던 그의 임무는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일이었다. 258년 무렵 로마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박해자들이 교회의 보물을 바치라고 하자, 그는 교회의 재산을 아무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그들을 박해자들 앞에 데려가 “이들이 교회의 재산이다.” 하고 말하였다. 이에 분노한 박해자들이 그를 불태워 죽였다. 라우렌시오 성인은 가난한 이들이 바로 교회의 보물임을 일깨워 주었다.
입당송
본기도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인다며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신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9,6ㄴ-10
화답송시편 112(111),1ㄴㄷ-2.5-6.7-8.9(◎ 5ㄱ)
복음 환호송요한 8,12 참조
복음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12,24-26
예물 기도
감사송
<순교자 감사송 1 : 순교자들의 증거와 모범>영성체송 요한 12,26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날 많은 이가 농촌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경우 농부의 기다림이나 인내하는 자세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어떻게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지 눈에 다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생명과 죽음 그리고 다시 생명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이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 우리 자신에게 비추어 보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철저한 고독 속에 완전히 버림받은 죽음을 선택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오직 믿음만이 답일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라우렌시오 성인을 생각해 봅니다. 광포한 탐욕자인 로마 황제 발레리아누스에게 교회의 재산을 넘겨주는 대신 성인은 불 속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으며 죽어 가는 순교를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도 날마다 생명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습관의 노예가 되는 삶에서 벗어나 죽어야 합니다. 수난을 외면하는 삶에서 벗어나 죽어야 합니다.
땅에 떨어진 밀알이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 비유는 무엇보다 예수님의 삶을 드러냅니다. 어두운 땅속에서 점점 숨이 막혀 죽어 가는 밀알을 두고 교회의 교부들은 예수님의 강생을 떠올렸습니다. 예수님의 삶에서 사랑은 섬김이었고, 그분의 섬김은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자신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은 다른 이를 위한 선물의 삶이 되지 못하고 밀알 한 알 그대로인 채로 남아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미약하나마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작은 실천으로 일상 안에서 생명을 위한 위대한 죽음을 선택할 용기를 가져 봅시다. 바오로 사도는 날마다 죽음을 마주한다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