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0일 목요일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주님,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아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3,14-21
형제 여러분, 14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15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종족이 아버지에게서 이름을 받습니다.
16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17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18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19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
20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힘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보다
훨씬 더 풍성히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
21 그분께 교회 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세세 대대로 영원무궁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33(32),1-2.4-5.11-12.18-19(◎ 5ㄴ 참조)

◎ 주님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
○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올곧은 이에게는 찬양이 어울린다. 비파 타며 주님을 찬송하고, 열 줄 수금으로 찬미 노래 불러라. ◎
○ 주님의 말씀은 바르고, 그 하신 일 모두 진실하다.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네. 그분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 ◎
○ 주님의 뜻은 영원히 이어지고, 그 마음속 계획은 대대로 이어진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민족, 그분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
○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 건지시고, 굶주릴 때 살리려 하심이네. ◎

복음 환호송필리 3,8-9 참조

◎ 알렐루야.
○ 나는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머물려고 모든 것을 해로운 쓰레기로 여기노라.
◎ 알렐루야.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이 예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주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리신다.
<또는>
마르 10,45 참조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잔치에 자주 참여하여
현세에서 도움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우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불’과 ‘세례’와 ‘분열’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구약 성경에서 불은 ‘정화’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임무는 무엇보다 세상을 정화하는 불을 일으키시어, 구원을 바라는 이들이 그 불로써 온전하고 합당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십니다(루카 3,16 참조). 따라서 그분께서 세상에 지르고자 하시는 불은 우리가 세례로 받게 되는 성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성령의 불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사도 2,1-13 참조). 
세례로 받은 성령의 불로 단련되고 정화되는 신앙인들의 삶이란 결코 순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화의 과정은 고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먼저 고통을 겪으시어 본보기를 보여 주셨습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여기서 예수님께서 받으셔야 할 세례란 당신께서 겪으셔야 하였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가리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걸어야 할 시련의 길을 몸소 앞장서 걸어 주신 분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보신 그분께서는 신앙인들의 힘겨움을 잘 아시고 위로하십니다. 
신앙 여정에는 갈등이 따르기도 합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이들과 거부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가장 친밀한 공동체인 가정까지도 분열시킬 수 있습니다. 평화를 주러 오신 분께서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는 역설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평화는 단순히 표면적으로 유지되는 안정이나 마음의 평온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온전한 충만함이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 충만함으로 향하는 굴곡의 여정에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불’과 ‘세례’와 ‘분열’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우리의 신앙 여정을 다시 정의해 보았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믿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의 신앙 여정은 그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과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