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녹]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105(104),3-4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 안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자라나게 하시고
저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1,18ㄴ-26
형제 여러분, 18 가식으로 하든 진실로 하든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니,
나는 그 일로 기뻐합니다.
사실 나는 앞으로도 기뻐할 것입니다.
19 여러분의 기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의 도움으로
이 일이 나에게는 구원으로 끝나리라는 것을알기 때문입니다.
20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지금도,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21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22 그러나 내가 육신을 입고 살아야 한다면,
나에게는 그것도 보람된 일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3 나는 이 둘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나의 바람은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편이 훨씬 낫습니다.
24 그러나 내가 이 육신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필요합니다.
25 이러한 확신이 있기에,
여러분의 믿음이 깊어지고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남아 여러분 모두의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26 그리하여 내가 다시 여러분에게 가면,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자랑할 거리가 나 때문에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42(41),2.3.5ㄱㄴㄷㄹ(◎ 3ㄱㄴ 참조)

◎ 제 영혼이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
○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 가서 뵈오리이까? ◎
○ 영광의 초막, 하느님의 집까지, 환호와 찬미 소리 드높은 가운데, 축제의 무리와 행진하였나이다. ◎

복음 환호송마태 11,29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 알렐루야.

복음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7-11
1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다.
7 예수님께서는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그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8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9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10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께 올리는 이 예물을 굽어보시고
저희가 바치는 제사가 주님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0(19),6 참조

당신의 구원에 우리가 환호하며, 하느님 이름으로 깃발을 높이리이다.
<또는>
에페 5,2 참조
그리스도는 우리를 사랑하셨네.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놓으시어, 하느님께 향기로운 예물로 바치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성사의 은혜를 풍부히 내려 주시어
저희가 거행하는 이 신비를 그대로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의 핵심이자 루카의 신학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표현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부자와 가난한 이’, ‘권력자와 힘없는 이’, ‘교만한 자와 겸손한 이’ 등의 대조를 자주 활용하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로 기존에 형성된 가치가 완전히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사회에서 이미 충분한 보상과 위로를 누리는 부자나 권력자들보다, 변두리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이들이 오히려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그분 백성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낮아지는 것이 곧 높아지는 길’이라는 말씀은 하느님 나라의 작동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듯합니다. 현실에서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사람이 좀 더 높은 곳에 다다르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낮은 곳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다 있다고 한들, 치열한 경쟁 시대에 미련한 짓을 한다고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을까요?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비슷한 상황을 하나 소개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윗자리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곳에 놓인 자리이고 그 잔치에서 가장 귀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앉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잔치를 연 사람이 누구를 초대하였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덥석 그 자리에 앉았다가는 망신당하기 쉽습니다. 차라리 끝자리에 앉는 것이 낫습니다. 초대한 사람이 직접 찾아와 맨 윗자리로 안내하게 될 때 다른 이들이 우러러보는 영광을 만끽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이 하느님 나라의 작동 원리와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원리를 가장 명확하게 실현하시고 삶으로 증명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자신을 낮추셨던 그분을 하느님께서는 만물 위에 들어 높이셨습니다(필리 2,6-11 참조).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도 하느님 나라의 이 원리가 유효함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