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녹]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105(104),3-4
본기도
제1독서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1,18ㄴ-26
화답송시편 42(41),2.3.5ㄱㄴㄷㄹ(◎ 3ㄱㄴ 참조)
복음 환호송마태 11,29 참조
복음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4,1.7-11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20(19),6 참조
에페 5,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의 핵심이자 루카의 신학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표현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부자와 가난한 이’, ‘권력자와 힘없는 이’, ‘교만한 자와 겸손한 이’ 등의 대조를 자주 활용하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로 기존에 형성된 가치가 완전히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사회에서 이미 충분한 보상과 위로를 누리는 부자나 권력자들보다, 변두리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이들이 오히려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그분 백성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낮아지는 것이 곧 높아지는 길’이라는 말씀은 하느님 나라의 작동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듯합니다. 현실에서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사람이 좀 더 높은 곳에 다다르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낮은 곳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다 있다고 한들, 치열한 경쟁 시대에 미련한 짓을 한다고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을까요?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비슷한 상황을 하나 소개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윗자리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곳에 놓인 자리이고 그 잔치에서 가장 귀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앉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잔치를 연 사람이 누구를 초대하였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덥석 그 자리에 앉았다가는 망신당하기 쉽습니다. 차라리 끝자리에 앉는 것이 낫습니다. 초대한 사람이 직접 찾아와 맨 윗자리로 안내하게 될 때 다른 이들이 우러러보는 영광을 만끽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이 하느님 나라의 작동 원리와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원리를 가장 명확하게 실현하시고 삶으로 증명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자신을 낮추셨던 그분을 하느님께서는 만물 위에 들어 높이셨습니다(필리 2,6-11 참조).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도 하느님 나라의 이 원리가 유효함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