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04일 금요일
[백]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가롤로 보로메오 성인은 1538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의 아로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신심 깊은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찍부터 학문을 쌓는 데 힘썼다. 1560년 외삼촌인 비오 4세 교황께서 평신도인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시자, 뒤늦게 성직자 교육을 받고 1563년에 사제가 되었다. 그는 밀라노의 대주교로서 교회 개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널리 보급시켰다. 1584년에 선종한 그를 1610년 바오로 5세 교황께서 시성하셨다.
입당송 에제 34,11.23-24 참조
루카 12,42 참조
본기도
제1독서
<우리는 구세주를 고대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3,17―4,1
화답송시편 122(121),1-2.3-4ㄱㄴ.4ㄷㄹ-5(◎ 1 참조)
복음 환호송1요한 2,5 참조
복음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16,1-8
예물 기도
영성체송 요한 15,16 참조
루카 12,36-3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만 들으면 신자들 가운데 꽤 많은 사람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협잡꾼’ 또는 ‘사기꾼’처럼 묘사된 집사의 모습을 주인이 칭찬하는 것으로 비유가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의 저자는 신자들에게 ‘협잡꾼’이 되라는 것일까요? 이 비유는 신앙 공동체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요?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의 고사성어 ‘견지망월’(見指忘月)은 본질을 꿰뚫어 이해하지 못하고 부수적인 것에만 집착한다는 의미입니다. 약은 집사의 비유를 듣는 우리도 ‘견지망월’의 잘못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 비유에서 ‘협잡꾼’의 모습 그 자체를 신앙인의 본보기로 내세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의 핵심은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라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곧 세속적 이익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비유 속 집사의 모습 그 자체가 신앙인의 본보기로 제시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자녀들이 그처럼 부정한 일조차 약삭빠르게 처리하는데, 하물며 빛의 자녀들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 실현에 훨씬 능숙해져야 한다는, 공동체를 향한 권고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천사 같은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회개하는 죄인들의 공동체,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공동체, 성령께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는 복음 정신을 실천하는 데에 얼마나 능동적이며 적극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