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09일 목요일

[녹]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95(94),6-7 참조

어서 와 하느님께 경배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 꿇으세.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네.

본기도 

주님,
주님의 가족을 자애로이 지켜 주시고
천상 은총만을 바라는 저희를 끊임없이 보호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주 하느님께서 여자를 사람에게 데려오셔서 둘이 한 몸이 되게 하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2,18-25
18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
19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들의 온갖 짐승과 하늘의 온갖 새를 빚으신 다음,
사람에게 데려가시어 그가 그것들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보셨다.
사람이 생물 하나하나를 부르는 그대로 그 이름이 되었다.
20 이렇게 사람은 모든 집짐승과 하늘의 새와 모든 들짐승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인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지 못하였다.
21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셨다.
22 주 하느님께서 사람에게서 빼내신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시고,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시자, 23 사람이 이렇게 부르짖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
24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
25 사람과 그 아내는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28(127),1-2.3.4-5(◎ 1ㄱ 참조)

◎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모든 사람!
○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 그분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 네 손으로 벌어 네가 먹으리니, 너는 행복하여라, 너는 복을 받으리라. ◎
○ 너의 집 안방에 있는 아내는 풍성한 포도나무 같고, 너의 밥상에 둘러앉은 아들들은 올리브 나무 햇순 같구나. ◎
○ 보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이렇듯 복을 받으리라. 주님은 시온에서 너에게 복을 내리시리라. 너는 한평생 모든 날에 예루살렘의 번영을 보리라. ◎

복음 환호송야고 1,21

◎ 알렐루야.
○ 너희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라. 그 말씀에는 너희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다.
◎ 알렐루야.

복음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24-30
그때에 24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25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곧바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분 발 앞에 엎드렸다.
26 그 부인은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그분께 청하였다.
27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8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응답하였다.
29 이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30 그 여자가 집에 가서 보니,
아이는 침상에 누워 있고 마귀는 나가고 없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 하느님,
빵과 포도주를 마련하시어
저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주셨으니
이 예물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07(106),8-9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
<또는>
마태 5,4.6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으리라.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저희 모두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먹고 마시게 하셨으니
저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어
기꺼이 인류 구원에 앞장서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 오늘 제1독서에서 창세기 저자는 마치 하느님의 마음을 읽고 써 내려가는 듯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세상과 그 안의 많은 피조물을 창조하시고 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보시니 좋았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정반대의 표현을 보고 있습니다. 히브리 말은 이 뚜렷한 대조를 더 쉽게 드러냅니다(키-토브/로-토브). 사람은 “집짐승과 하늘의 새와 모든 들짐승”이 곁에 있음에도 고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인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눈에 사람의 고독과 외로움이 보였고 그분께서는 이것을 해결하려 나서십니다. 우리말로 “협력자”에 해당하는 히브리 말 ‘에제르’는 성경에서 죽음의 위협에서 누군가를 구해 주고자 개입하는 데 사용되는 말로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표현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협력자를 선물로 주셨다는 뜻입니다. 루카 복음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이야기에 등장하는 ‘라자로’와, 요한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친구 ‘라자로’는 창세기의 ‘에제르’와 같은 어원을 지닌 말로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창세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어 여자를 만드셨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담의 갈빗대’는 성경에서 쓰인 본뜻과 조금 다릅니다. 이 낱말은 계약 궤의 한 면, 천막의 한 쪽 면, 성전의 옆 면, 산의 다른 한 쪽 면, 두 쪽으로 나뉜 문의 나머지 한 쪽을 가리킬 때 쓰인 말입니다(탈출 25,12; 26,20; 1열왕 6,34 참조). 히브리 말 성경을 그리스 말로 옮긴 최초의 번역 성경 ‘칠십인 역’에는 ‘갈빗대’라는 말이 없고 ‘몸의 한 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한 면으로 여인을 만드셨다는 표현은 남녀가 어느 한 쪽만으로는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남자와 여자, 이 둘은 본성이 같으면서도 엄연히 구별됩니다. 히브리 말은 둘의 본성이 같다는 것과 함께, 서로 구별된다는 점을 공통 어원을 지닌 다른 말을 사용하여 분명히 표현합니다(잇시/잇샤). 다름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나아가도록 서로를 위하여 ‘알맞은 협력자’를 보내 주신 좋으신 하느님의 뜻을 곰곰이 새겨 봅시다.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