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12일 일요일

[녹] 연중 제6주일

오늘 전례 

주님의 계명은 우리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계명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법조문의 준수와는 다릅니다. 주님에 대한 감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기꺼이 실천하는 사랑의 계명은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끕니다. 생명의 길로 이끄는 주님의 계명을 깨닫고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입당송 시편 31(30),3-4 참조

하느님,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당신 이름 위하여 저를 이끌어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주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불경하게 되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다.>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15,15-20
15 네가 원하기만 하면 계명을 지킬 수 있으니
충실하게 사는 것은 네 뜻에 달려 있다.
16 그분께서 네 앞에 물과 불을 놓으셨으니 손을 뻗어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라.
17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어느 것이나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
18 참으로 주님의 지혜는 위대하니 그분께서는 능력이 넘치시고 모든 것을 보신다.
19 그분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을 굽어보시고
사람의 행위를 낱낱이 아신다.
20 그분께서는 아무에게도 불경하게 되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고
어느 누구에게도 죄를 지으라고 허락하신 적이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19(118),1-2.4-5.17-18.33-34(◎ 1 참조)

◎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 행복하여라, 온전한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 ◎
○ 당신은 규정을 내리시어, 어김없이 지키라 하셨나이다. 당신 법령을 지키도록, 저의 길을 굳건하게 하소서. ◎
○ 당신 종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제가 살아 당신 말씀 지키오리다. 제 눈을 열어 주소서. 당신의 놀라운 가르침 바라보리이다. ◎
○ 주님, 당신 법령의 길을 가르치소서. 저는 끝까지 그 길을 따르오리다. 저를 깨우치소서. 당신 가르침을 따르고, 마음을 다하여 지키오리다. ◎

제2독서

<세상이 시작되기 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지혜를 미리 정하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2,6-10
형제 여러분, 6 성숙한 이들 가운데에서는 우리도 지혜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 지혜는 이 세상의 것도 아니고
파멸하게 되어 있는 이 세상 우두머리들의 것도 아닙니다.
7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롭고 또 감추어져 있던 지혜를 말합니다.
그것은 세상이 시작되기 전,
하느님께서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미리 정하신 지혜입니다.
8 이 세상 우두머리들은 아무도 그 지혜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이 깨달았더라면
영광의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지 않았을 것입니다.
9 그러나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되었습니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
10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그것들을 바로 우리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
성령께서는 모든 것을,
그리고 하느님의 깊은 비밀까지도 통찰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과 달리,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7-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7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1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20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23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24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25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고소한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네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26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27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8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29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0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1 ‘자기 아내를 버리는 자는 그 여자에게 이혼장을 써 주어라.’ 하신 말씀이 있다.
3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
33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네가 맹세한 대로 주님께 해 드려라.’ 하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또 들었다.
3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하느님의 옥좌이기 때문이다.
35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그분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위대하신 임금님의 도성이기 때문이다.
36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네가 머리카락 하나라도 희거나 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37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과 달리,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20-22ㄴ.27-28.33-34ㄴ.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27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8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33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네가 맹세한 대로 주님께 해 드려라.’ 하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또 들었다.
3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37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 주님의 지체인 교회가 힘없고 보잘것없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 뵙고 사랑을 전하며, 온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게 하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통찰과 식별의 은총을 주시어, 갈등과 다툼을 경청과 배려로 풀어 나가며 형제적 사랑을 키우고 세상에 주님의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3.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희망이신 주님,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으로 버려진 이들을 위로해 주시어, 주님에게서 영원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하시고, 특히 가족의 보살핌에서 멀어진 청소년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이끌어 주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저희 본당 공동체에 강복하시어, 다른 본당들과 친교를 이루며 신앙과 형제애 그리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향한 환대의 공동체가 되도록 힘쓰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하고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2 : 구원의 신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 많은 인류를 가엾이 여기시어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고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시어
저희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78(77),29-30 참조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네. 주님이 그들의 바람을 채워 주셨네. 그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네.
<또는>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영성체 후 묵상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9). 율법의 완성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서로 사랑하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진미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나라를 잃고 성전도 없던 수많은 세월 동안 이스라엘은 회당에 모여 하느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회당 전례의 중심은 언제나 토라(율법)였습니다. 바룩 예언서에는 이스라엘이 복된 백성이며 그것은 자신들이 토라, 곧 “하느님의 명령과 길이 남을 율법을 기록한 책”(4,1)을 통하여 “지혜의 길”(3,27)을 가르쳐 주신 하느님을 알고 섬기는 백성이기 때문이라는 그들의 특별한 자부심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말씀을 참으로 존경하며, 그 말씀에 온전히 매료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어릴 적부터 회당에서 안식일마다 예배를 드리며 율법을 들어 익히셨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한 어조로 율법을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율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은 당시의 율법 학자들이나 라삐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율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율법의 근본 정신을 잊고 인간의 구원과 사람의 선익을 구하지 않는 이른바 ‘문자에 얽매인 해석’에 골몰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통하여 그 법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의 뜻에 더 가까이 나아가기를 바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율법이 온전하게 유효함을 인정하시면도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율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가르침을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완전성에 이르기를 바라셨습니다(마태 5,48 참조). 예를 들면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만드신 사람을 다른 사람이 해칠 수 없다고 선언하십니다. 이것이 ‘살인하지 마라.’는 율법의 중요한 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더 나아가 자기 형제에게 해가 되는 어떤 말이나 행동도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서 살 수 없게 만든다고 가르치십니다. 우리가 형제에게 봉사하고 그를 섬기며 사랑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사는 것이고 참생명의 길 밖에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말씀이 지켜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당대 알렉산드리아의 유명한 어느 라삐는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철저히 지키려고 죽을 때까지 결코 여인을 쳐다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인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교회의 규정과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그것들이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걸어가신 생명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지침이 되게 하려면 우리의 속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야 합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의 마음이 그분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그분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합시다.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