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26일 일요일

[자] 사순 제1주일

이 주일에는 파스카 성야에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받을 예비 신자들을 위한 ‘선발 예식’ 또는 ‘이름 등록 예식’을 거행한다. 이 예식에서는 고유 기도문을 사용한다.

오늘 전례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원조들의 불순종으로 세상에 죄와 죽음이 들어왔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이 생명의 은총이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며 죄를 멀리하는 새로운 삶을 다짐합시다.

입당송 시편 91(90),15.16

나를 부르면 나 그에게 대답하고 그를 해방시켜 영예롭게 하리라. 오래오래 살도록 그에게 복을 내리리라.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해마다 거룩한 성사로 사순 시기를 지내는 저희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달아
회개의 삶으로 그 열매를 맺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사람의 창조와 원조들의 죄>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2,7-9; 3,1-7
7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8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9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3,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51(50),3-4.5-6ㄱㄴ.12-13.14와 17(◎ 3ㄱ 참조)

◎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하느님, 당신 자애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의 죄악을 없애 주소서.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지워 주소서. ◎
○ 제 죄악을 제가 알고 있사오며, 제 잘못이 언제나 제 앞에 있나이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지르고, 당신 눈앞에서 악한 짓을 하였나이다. ◎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당신 앞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
○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 주님, 제 입술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을 찬양하오리다. ◎

제2독서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12-19
형제 여러분, 12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13 사실 율법이 있기 전에도 세상에 죄가 있었지만,
율법이 없어서 죄가 죄로 헤아려지지 않았습니다.
14 그러나 아담부터 모세까지는,
아담의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죄를 짓지 않은 자들까지도
죽음이 지배하였습니다.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예형입니다.
15 그렇지만 은사의 경우는 범죄의 경우와 다릅니다.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
16 그리고 이 선물의 경우도 그 한 사람이 죄를 지은 경우와는 다릅니다.
한 번의 범죄 뒤에 이루어진 심판은 유죄 판결을 가져왔지만,
많은 범죄 뒤에 이루어진 은사는 무죄 선언을 가져왔습니다.
17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
18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19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12.17-19
형제 여러분, 12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17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
18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19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태 4,4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을 단식하시고 유혹을 받으신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1-11
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2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5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6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7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이렇게도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8 악마는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9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10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11 그러자 악마는 그분을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의 주님,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힘을 얻는 교회를 굽어보시어, 믿음의 은혜를 세상에 증언하고 전하며, 주님을 찾는 모든 이에게 더욱 성실히 봉사하게 하소서.

2. 경제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공정의 주님, 경제 발전을 위하여 일하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어, 그들이 진리와 정의를 생각하며, 발전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게 하소서.

3. 새 학년을 맞이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참스승이신 주님, 새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은총을 내려 주시어, 기대 속에 새로이 만나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과 즐겁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저희 지역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살펴 주시어, 희생과 절제와 사랑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는 교회에서 희망을 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정성을 다하여 이 제물을 봉헌하오니
이 제사로 거룩한 사순 시기를 경건히 시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사순 감사송 5 : 주님께서 받으신 유혹(사순 제1주일)>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십 일 동안 단식하시며
사순 시기 재계의 기틀을 마련하시고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어
저희도 악의 세력을 물리치도록 가르치셨나이다.
이제 저희는 새로운 마음으로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며
마침내 영원한 파스카 잔치에 들어가리이다.
그러므로 천사들과 성인들의 무리와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4,4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또는>
시편 91(90),4 참조
주님은 당신 깃으로 너를 덮어 주시리니, 너는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주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유혹과, 그 유혹 앞에 나약한 우리의 본성을 잘 아십니다. 그러기에 광야에서 몸소 유혹을 받으시며 사람들과 깊은 연대를 드러내시는 동시에 그 유혹을 물리치시는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우리가 주님의 모범을 따라 그분의 뜻을 첫자리에 두려고 결심한다면, 주님께서는 세상의 온갖 유혹을 식별하고 물리치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받아 모신 천상 양식은
믿음을 기르고 희망을 더하며 사랑을 뜨겁게 하오니
저희가 살아 있는 참된 빵이신 그리스도를 바라고 기다리며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백성을 위한 기도 

주님, 간절히 비오니
주님 백성 위에 풍성한 복을 내려 주시어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키우고
유혹을 받으면서도 덕행을 쌓아 영원한 구원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해마다 사순 첫 주일에는 예수님께서 유혹을 겪으신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1독서의 아담과 달리 유혹에 맞서 싸워 이기신 새 아담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새 아담이실 뿐만 아니라 새 이스라엘이시기도 합니다. 광야에서 하느님의 이끄심대로 살기를 거부하였던 이스라엘 백성과 달리 그분께서는 온 삶을 하느님 손에 맡기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적어도 세 번 유혹을 받았습니다(탈출 16장; 17장; 32장).
예수님께서 맞닥뜨린 첫 번째 유혹은 돌을 빵이 되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먹는 것’과 관련된 단어가 무려 901번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빵을 내려 주십니다. 중요한 것은 만나와 함께 하느님의 말씀도 내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만나를, 곧 재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또 날마다 주어지는 하느님의 섭리를 얼마나 신뢰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쌓아 놓기를 원합니다. 하느님을 끝까지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주님의 기도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청하도록 요청합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두 번째 유혹은 우리가 하느님을 두고 겪는 가장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악마는 예수님께 하느님께서 지켜 주실 테니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지체된다고 여길 때 그분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정말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신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면 우리가 겪는 고통에 응답하시어 기적을 보여 주셔야 하지 않는가?’라고 의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하느님을 신뢰하셨습니다. 십자가 위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순간에도 당신을 살리시는 기적을 보여 달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계획과 뜻을 우리의 요구대로 바꾸어 기적을 행해 달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유혹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빛과 희망을 주시기를 청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다.”라고 하며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도 여러 번 유혹을 겪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말씀으로 모든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에 대한 오롯한 믿음으로 언제나 악마와 맞서 싸우셨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가지고 있는 힘과 능력으로 군림할 것인가 봉사할 것인가? 하느님을 섬길 것인가 거짓 신을 섬길 것인가? 하느님을 닮을 것인가 악마를 닮을 것인가?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