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6일 화요일

[녹] 연중 제9주간 화요일 또는
[백] 성 노르베르토 주교

입당송 시편 25(24),16.18 참조

주님, 저를 돌아보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외롭고 가련한 몸이옵니다. 하느님, 비참한 저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저의 죄악 낱낱이 없애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구원 계획에 따라 세상 모든 일을 섭리하시니
저희에게 해로운 것은 모두 물리치시고
이로운 것은 아낌없이 베풀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는 시력을 잃은 채 지냈다.>
▥ 토빗기의 말씀입니다.
2,9ㄴ-14
오순절 밤 나 토빗은 죽은 이를 묻어 준 다음,
9 내 집 마당에 들어가 담 옆에서 잠을 잤는데, 무더워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10 내 머리 위 담에 참새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하였다.
그때에 뜨거운 참새 똥이 내 두 눈에 떨어지더니 하얀 막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사에게 가 보았지만,
그들이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그 하얀 막 때문에 눈이 더 멀어졌다.
그러더니 마침내는 아주 멀어 버렸다.
나는 네 해 동안 시력을 잃은 채 지냈다.
내 친척들이 모두 나 때문에 슬퍼하고,
아키카르는 엘리마이스로 갈 때까지 나를 두 해 동안 돌보아 주었다.
11 그때에 내 아내 안나는 여자들이 하는 일에 품을 팔았다.
12 아내가 물건을 만들어 주인들에게 보내면 주인들이 품삯을 주곤 하였다.
디스트로스 달 초이렛날에
아내는 자기가 짜던 옷감을 잘라서 주인들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들은 품삯을 다 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쓰라고 새끼 염소 한 마리도 주었다.
13 내가 있는 곳으로 아내가 들어올 때에 그 새끼 염소가 울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내가 아내를 불러 말하였다.
“그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시 훔친 것 아니오?
주인들한테 돌려주시오. 우리에게는 훔친 것을 먹을 권리가 없소.”
14 아내가 나에게 “이것은 품삯 외에 선물로 받은 것이에요.” 하고 말하였지만,
나는 아내를 믿지 못하여
그 새끼 염소를 주인들에게 돌려주라고 다시 말하면서,
그 일로 아내에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12(111),1ㄴㄷ-2.7-8.9(◎ 7ㄴ 참조)

◎ 의로운 마음 굳게 주님을 신뢰하네.
○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 그의 후손은 땅에서 융성하고, 올곧은 세대는 복을 받으리라. ◎
○ 나쁜 소식에도 그는 겁내지 않고, 그 마음 굳게 주님을 신뢰하네. 그 마음 굳세어 두려워하지 않으니, 마침내 적들을 내려다보리라. ◎
○ 가난한 이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니, 그의 의로움은 길이 이어지고, 그의 뿔은 영광 속에 높이 들리리라. ◎

복음 환호송에페 1,17-18 참조

◎ 알렐루야.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하여 주소서.
◎ 알렐루야.

복음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17
그때에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은
13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을 보냈다.
14 그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
16 그들이 그것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그들은 예수님께 매우 감탄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사랑을 믿으며 거룩한 제대에 제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7(16),6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또는>
마르 11,23.2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를 성자의 살과 피로 기르시고 주님의 성령으로 다스리시어
저희가 말보다 진실한 행동으로 주님을 찬양하며
마침내 하늘 나라에 들어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꽤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으십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는 그분을 옭아매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먼저 예수님을 찬양하는 온갖 좋은 말을 나열합니다. 특히 ‘사람을 그 신분(그리스 말로 ‘프로소폰’[얼굴, 외모])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신다.’는 표현으로, 어떤 이의 외모나 신분이나 위엄에 흔들리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공평을 치켜세웁니다. 그리고 곧이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질문을 통하여 어느 한쪽을 답하도록 예수님을 유도합니다. 만일 황제라는 높은 신분에 겁을 먹거나 흔들리지 않는 이라면, 그에게 내는 세금이 합당하지 않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가 이스라엘의 메시아라면 그러한 멍에에서 이스라엘을 자유롭게 하는 이로서, 적어도 이방 통치자에게 내는 세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로마 제국에 맞서는 것이 되기에, 그들은 곧바로 예수님을 대역죄로 고발할 계획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쳐라’ 또는 ‘바치지 마라’는 식의 답을 고르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에 예수님께서는 데나리온에 새겨진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게 하신 뒤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사실 이 대답은 조금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호함 덕분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놓은 덫에서 영민하게 빠져나오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우리에게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황제의 것이고, 무엇이 하느님의 것인가?’ 마침내 사라져 버릴 것들과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게 될 것들을 잘 분별하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것’이 무엇인지 잘 식별하고, 그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드리고 있습니까? 나라에 내는 세금도 있지만, 하느님께 바쳐야 할 ‘세금’도 있습니다. 꾸준한 기도와 신앙생활로 그 세금이 밀리는 일이 없게 합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