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9일 금요일

[녹] 연중 제9주간 금요일 또는
[백] 성 에프렘 부제 학자

입당송 시편 25(24),16.18 참조

주님, 저를 돌아보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외롭고 가련한 몸이옵니다. 하느님, 비참한 저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저의 죄악 낱낱이 없애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구원 계획에 따라 세상 모든 일을 섭리하시니
저희에게 해로운 것은 모두 물리치시고
이로운 것은 아낌없이 베풀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셨지만 내가 이제는 내 아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 토빗기의 말씀입니다.
11,5-17
그 무렵 5 안나는 자리를 잡고서 자기 아들이 돌아올 길을 살펴보고 있었다.
6 그러다가 토비야가 오는 것을 알아보고 토비야의 아버지에게,
“봐요. 당신 아들이 와요. 함께 갔던 사람도 오네요.” 하고 말하였다.
7 토비야가 아버지에게 가까이 이르기 전에 라파엘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잘 알고 있소. 저분은 꼭 눈을 뜨실 것이오.
8 물고기 쓸개를 저분 눈에 발라 드리시오.
그 약은 눈의 하얀 막이 오그라들다가 벗겨지게 할 것이오.
그러면 그대의 아버지께서 시력을 되찾아 빛을 보게 될 것이오.”
9 안나는 달려가서 아들의 목을 껴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이제는 죽어도 괜찮다.” 하면서 울었다.
10 토빗도 일어서서 다리를 비틀거리며 마당 문을 나섰다.
토비야가 그에게 마주 갔다.
11 물고기 쓸개를 손에 든 토비야는 아버지를 붙들고 그 눈에 입김을 불고 나서,
“아버지, 용기를 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그 약을 아버지에게 바르고서는 잠시 그대로 두었다.
12·13 이윽고 토비야는 양손으로 아버지의 눈가에서부터 하얀 막을 벗겨 내었다.
그러자 토빗이 아들의 목을 껴안고 14 울면서
“얘야, 네가 보이는구나, 내 눈에 빛인 네가!”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위대한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거룩한 천사들 모두 찬미받으소서.
그분의 위대한 이름 언제나 우리 위에 머무르소서.
그분의 천사들 모두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15 그분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셨지만
내가 이제는 내 아들 토비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쁨에 넘친 토비야는 소리 높여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여행을 잘 마치고 돈을 가져온 것과
라구엘의 딸 사라를 어떻게 아내로 맞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또 그 사라도 오고 있는데 니네베 성문 가까이 왔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16 기쁨에 넘친 토빗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며느리를 맞으러 니네베 성문으로 갔다.
니네베 사람들은 토빗이 오는데
손을 붙잡고 인도해 주는 사람 없이 힘차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7 그때에 토빗은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밝혔다.
이어서 자기 아들 토비야의 아내인 사라에게 다가가 그를 축복하며 말하였다.
“얘야, 잘 왔다. 얘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하여 주신
너의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빈다.
너의 아버지께서 복을 받으시고 내 아들 토비야도 복을 받고,
그리고 얘야, 너도 복을 받기를 빈다.
축복 속에 기뻐하며 네 집으로 어서 들어가거라. 얘야, 들어가거라.”
그날 니네베에 사는 유다인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46(145),1ㄴ-2.6ㄷ-7.8-9ㄱ.9ㄴㄷ-10ㄱㄴ(◎ 1ㄴ)

◎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한평생, 나는 주님을 찬양하리라. 사는 동안, 나의 하느님 찬송하리라. ◎
○ 주님은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고, 억눌린 이에게 권리를 찾아 주시며,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시네. 주님은 잡힌 이를 풀어 주시네. ◎
○ 주님은 눈먼 이를 보게 하시며, 주님은 꺾인 이를 일으켜 세우시네. 주님은 의인을 사랑하시고, 주님은 이방인을 보살피시네. ◎
○ 주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나, 악인의 길은 꺾어 버리시네. 주님은 영원히 다스리신다. 시온아, 네 하느님이 대대로 다스리신다. ◎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 알렐루야.

복음

<어찌하여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5-37
그때에 35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가르치시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율법 학자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
36 다윗 자신이 성령의 도움으로 말하였다.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셨다.
′내 오른쪽에 앉아라, 내가 너의 원수들을 네 발아래 잡아 놓을 때까지.′’
37 이렇듯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 되느냐?”
많은 군중이 예수님의 말씀을 기쁘게 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사랑을 믿으며 거룩한 제대에 제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7(16),6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또는>
마르 11,23.2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를 성자의 살과 피로 기르시고 주님의 성령으로 다스리시어
저희가 말보다 진실한 행동으로 주님을 찬양하며
마침내 하늘 나라에 들어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우리는 지난 월요일부터 제1독서에서 토빗기를 읽고 있습니다. 토빗기는 유배로 흩어진 유다인들이 이국땅에 살면서도 자기들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며 여전히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먼저 친족 관계에 있는 두 유다인 집안이 겪게 되는 불행을 차례대로 서술합니다. 니네베에 살던 토빗은 많은 자선과 선행을 베풀던 신실한 유다인이었지만, 살해된 동포를 몰래 묻어 준 일이 드러나서 결국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나중에는 뜨거운 참새 똥이 눈에 떨어져 시력까지 잃어버리는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엑바타나에 살던 라구엘의 딸 사라는 혼인만 하면 신랑과 한 몸이 되기도 전에 악령이 나타나 그 신랑을 죽이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런 일이 무려 일곱 차례나 되풀이되면서 여종에게까지 모욕을 당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토빗과 사라가 저마다 탄식하며 드린 기도는 하느님 앞에 다다르게 되고, 하느님께서는 두 사람을 낫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라파엘 천사를 보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이루어집니다. 지인에게 맡겨 둔 아버지의 돈을 찾으러 메디아로 떠나는 아들 토비야와 그 여행길의 안내자로 나서게 된 라파엘이 우연히 큰 물고기를 잡고 그 간과 염통과 쓸개를 얻게 된 사건,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사는 친족의 집에 머물며 그곳에서 사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사건 등이 벌어집니다. 물고기에서 얻은 간과 염통은 사라의 악령을 쫓아내는 도구가 되고, 쓸개는 나중에 아버지 토빗의 시력을 되찾는 약으로 사용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토빗과 사라에게 베푸시는 구원은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어우러져 실현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겪는 곤경과 어려움을 못 본 척하지 않으십니다. 당신 자녀들이 바치는 탄식의 기도는 하느님 앞에 반드시 다다릅니다. 그러나 그분의 도움과 보살핌은 우리가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대로 전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얽히고설켜 뜻밖의 위로와 치유로 작용하는 체험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